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21:0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휴가철에 다시 읽는 고전]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서양 예술사,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별로 정리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깊고 섬세한지 보여주는 책

본격적으로 여름휴가와 피서 철이 다가왔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에는 독서만큼 좋은 게 없을 것이다.

독서 삼매경을 풍류삼아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지금도 회자되는 다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과 문학 입문서 및 필독서로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1951년 영문 초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개 언어로 번역되며 예술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였다. 1974년 처음 국내 출간된 후 대학생의 필독서와 명저로 추천하는 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문학과 예술을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는 헝가리 태생의 마르크스주의 예술사학자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 대중영화까지 인간과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사회관계 속에 빚어진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한 개인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서양 예술사를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별로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고 분파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작가와 평론가로서 세상과 예술, 자신의 관계 정립에 고민하던 시절 이 책에서 근접된 답을 찾았으며, 대학 강단에서 서양 예술사를 가르치는데 하나의 기본 텍스트로 요긴하게 활용하였다.

예술을 보는 커다란 관점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미학적 관점에서 순수미는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가치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관념론적 이데아를 중시하여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주장되어 예술을 신비의 영역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다.

두 번째는 하우저처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예술사적 발전이 결코 내적 논리를 통해서만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동시에 모든 양식과 취미의 변화는 사회와 환경적인 영향과 요구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여 예술을 전문가의 작업 또는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적극 해명하는 것이다. 이는 극히 유물론적인 관점과 유사한 것으로 예술은 한 시대의 산물이고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예술을 순수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리얼리즘 입장과 근접하다.

이 책의 백미로는 16세기 매너리즘 시대에 주목하고 싶다. 루터의 종교개혁,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서구 사회의 근대성과 맞물려 매너리즘 양식이 보여주는 왜곡과 변형을 씨줄과 날줄로 연결 지어 해석한 부분이다.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려는 학생은 물론 예술사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위해서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깊고 섬세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데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다소 난해하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이 끌리는 시대나 사조 또는 작품에 관한 서술을 읽어가는 동시에 실제로 해당 작품을 검색하면서 다양한 상상력을 갖고 저자와 공감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