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북도청 대회의실서 특강
생명 다투는 상황서 엉망진창 행정사례 비판
“공무원 한 명이 큰 일을 할 수도 있고, 큰 일을 박살낼 수도 있다.”
공무원 개개인의 역할이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이 28일 전북도청 대회의실을 찾아‘적극행정 지금이 골든아워’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중증외상치료의 현실에 대해 소개하며 “엉망진창 행정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중증외상 치료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가 불러올 비극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나 시설이 아닌 관계자의 사고전환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모습을 공개하며 1분 1초를 다투는 현장에 공무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 보여줬다. 이날 특강은 이 교수가 묻고 도 공무원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의 특강은 직설적이었다. 단순히 열정을 강조하기보단 실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과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가 주로 제시한 상황은 돈에 눈먼 병원과 이를 방관하는 행정당국이었다. 이들의 결정이 어떤 비극을 낳았고, 이 교수 자신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전북의 공직자들은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 것인지를 가늠했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공무원 대부분 ‘규정’과 ‘법률’, 그리고 각자의 상황 등을 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 교수는 생명을 다투는 상황에서 잘못된 행정으로 고생한 사례를 소개하던 중 웃음을 보인 공무원들에게 몇 차례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금 제가 소개하는 상황 모두 웃음이 나올 사례가 아니다. 잘못된 행정이 만드는 거대한 장벽들이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다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장관이나 단체장이 협조해 준다고 약속했음에도 일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무자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적극행정이라는 말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행정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소극행정 혁파라는 말도 공허하다. 다만 전북에서 적극행정을 하겠다고 해서 도움이 되고자 이 자리에 왔다”며 “적어도 절차나 규정보다 본질을 보고 행정을 펼친다면 잘못된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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