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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김형미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지나온 시간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형미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아침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코끝을 간질이다가도 한낮이 되면 여전히 땀이 은근하게 맺힌다. 날씨처럼 도통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날, 시집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시인의 시에는 저마다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다. 다양한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지금, 이 계절에 딱 읽어야 할 시집이 있다. 김형미 시인의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이다. 시집을 넘기고 있으면 찬바람을 맞으며 헛헛해진 속이 따뜻한 다독임을 받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형미 시인의 시집을 펼쳐보시라.

시집은 자꾸만 지나간 것을 곱씹어보게 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시를 향수(享受)하게 된다. ‘바다’는 끊임없이 출렁이는 진한 소금 내가 난다. 짠 내를 걷고 나면 ‘붓’의 진한 묵향이 휘감고 지나간다. 빗소리가 들리는 ‘바닥에 피는 꽃’은 비를 맞은 것들의 향기가 난다. “시원한 바람 분다고 여름이 다 간 것은 아니야 / 꽃이 지고 말랐다 해서 그 나무가 죽은 건 아닌 것처럼”(‘입추(立秋)’ 中)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자꾸만 떠나며 잊은 것들에 대한 기억이다. 다 지나갔다고 해서 내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것처럼.

시인의 시는 후각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인이 마주한 향기가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조기 떼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 서해 바닷가 하늘 한 귀퉁이 물고 / 해가 집을 잡아 들어가는 게 보입니다 / 다 두고 돌아와 / 온 산이 욱신욱신 단풍 들어가는 것도 / 사나흘 안으로 큰 비가 오려는 것이겠지요”(‘수성당’ 中) 시인의 시어는 자꾸만 오감을 예민하게 만든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마치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낯선 풍경들을 따라 시인의 기억을 쫓으면 어느새 독자는 마음 가장 안쪽까지 도착할지도 모른다. 속절없이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책을 닫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무엇에 쓰겠다고 당장 그리도 많은 것들을 붙잡고 싶었는지. 딱 한 가지만 떠올리며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딱 한 가지씩만 용서하며 살고 싶다”(‘가을’ 中)라고 하면서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시월’ 中)하고 바라던 시인의 마음처럼.

* 최아현 소설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공저로 <천년의 허기> 등이 있다. 현재는 꿈다락 일상의 작가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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