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버릇에 하루가 길다
용건에 맞게 미리 물건을 챙기지 못한 날
손발에 고양이 한 마리 붙어살아도
늘 치매기가 발동하여
큰 눈으로 어둠을 쓸지만
그만 소리의 발을 밟고 만다
매섭게 추운 날 미화원의 날카로운
비질 소리 같은 시간쯤 만나지만,
먼저 건넨 인사말 되돌아오지 않아
듣지 못해 그러려니 하고 다시 건네도
들리는 토막말 아직 없다
그냥 지나친 일상이 부끄러워
가슴이 찔렸을 거라는 속 좁은 내 생각
경인년 동짓달 가로등 밑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바람이 헤적여 낙엽처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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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돌리고픈” 것들이 어디 마음뿐이랴. 아버지의 굽은 등도 돌려놓고 싶고, 어머니의 손마디도 돌려놓고 싶다. 총총하던 총기도 돌려놓고 싶고, 화사하던 꽃양산도 돌려놓고 싶다.
돌려놓고 싶다는 건 다시 불러오고 싶다는 것, 가난하지만 쇄락했던 마당도 불러오고 싶고, 사람과 사람 사이, 따뜻하던 인정도 불러오고 싶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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