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서 이식 수술 김영란씨 가족 이야기 훈훈
아버지에 이어 오빠에게 신장을 이식 받아 소중한 생명을 이어가게 된 전주시민 김영란 씨의 이야기가 크고 깊은 가족사랑을 전했다.
전주에 거주하는 김영란(45) 씨는 지난 10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오빠인 김영기(58) 씨의 신장을 이식받고 회복 중이다.
영란씨는 어릴적부터 지속적으로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만성신부전증을 앓았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나빠져 종국에는 기능 부전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급성신부전증과 달리 나빠진 신장기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신장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다른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한쪽 신장을 공여받아 이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식할 신장을 찾아 제공받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다.
가족이라고해서 무조건 신장 이식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닐뿐 더러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에 수혈 가능한 혈액형 관계가 성립해야 하는 등 많은 제한이 따른다.
영란씨는 7남매 중 막내딸로서, 2명의 오빠와 4명의 언니가 있다. 영란 씨의 아버지 김갑용 씨는 7남매 중 유독 몸이 약한 막내딸의 건강을 늘 염려했고, 딸이 보통사람들처럼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25년 전 자신의 신장을 떼어 줬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르고 아버지에게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이 다하자 김영란 씨는 다시 한번 신장 이식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25년 전 바로 옆에서 아버지의 결단을 지켜봤던 아들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렇게 영란씨의 큰 오빠인 김영기씨는 막내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앞서 둘째 오빠인 김정기 씨도 공여자로 지원했지만 혈압이 높아 이식수술을 할 수 없었다.
정기씨는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형제들끼리 잘 돕고 살라는 말을 지나치게 강조하셨다”면서 “신장 이식은 4~6시간이 넘는 대수술인데도 선뜻 동생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준 형과 함께 마음을 써준 형수에게 고마움이 크다”고 전했다.
형제들은 각자 결혼 후 서울과 인천, 전주 등 먼 곳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아픈 막내동생을 위해 너나할 것 없이 신장 이식을 위한 공여자 검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검사한 정기씨가 부적합 판정을 받자 곧바로 영기씨가 검사에 나섰고 적합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25년 전 아버지의 결단에서 ‘내리사랑’을 몸소 경험한 덕분에 동생에게 건강한 신체를 나눠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훈기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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