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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금산사 주지 일원스님 “불교의 강점 ‘명상’… 삶·수행 함께하는 ‘생수불이’ 추구”

성우스님 사직, 후임 주지 취임…오는 2024년 6월까지 임기
혁신도시 수현사 등 도심 포교 활성화, 사찰 힐링 공간으로

금산사 주지 일원스님 /사진=조현욱 기자
금산사 주지 일원스님 /사진=조현욱 기자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이 사직하면서 후임 주지로 일원스님이 취임했다. 2022년 6월까지 임기였던 성우스님의 사직은 동국대 이사장 겸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취임한 일원스님이 2024년 6월까지 4년간 금산사를 이끌게 됐다. 코로나19로 취임식까지 취소되면서 전북 불자, 도민들과 인사 나누지 못한 일원스님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취임하신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성우스님이 동국대 이사장으로 가시면서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됐습니다. 금산사에서 진행되는 불사를 비롯해 교구에 소속된 70여 곳의 말사 주지스님, 신행단체장과의 소통 그리고 더 나아가 금산사복지원인 서원노인복지관 등을 둘러보고 파악하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임식이 취소되면서 인사할 기회도 없어 어색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임 주지 성우스님이 따로 전해주신 말씀이나 당부가 있었나요.

“(성우스님이) 있는 동안 금산사 재정 구조를 탄탄하게 잘 구축해놨으니 코로나19로 어렵겠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들어와서 보니 그 말씀이 맞았습니다.”

 

-올 한해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불교계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금산사의 경우 전국 미륵부처 성지순례단과 일반 관람객 인원이 상당한데, 코로나19로 이동이 어려워지니 이들의 방문이 줄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법회를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회를 재개하니 불자의 수는 예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코로나19는 질병 문제이기 전에 기후와 환경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불교가 답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불교에선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까지 평등하다는 것이 기본 가르침입니다. 지구가 아프지 않게 하려면 인류가 누리는 편리함과 혜택을 줄이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이 필요합니다. 불교의 정신과 원칙은 명료합니다. 맑고 고요한 정신과 불편하고 땀 흘리는 육체입니다. 덜먹고 덜 소유하되 더 나누고 더 불편한 삶이 불교 가르침이자, 그것이 바로 우리 수행자의 삶입니다. 소욕지족의 가르침은 코로나19 시대 불교의 중요한 실천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종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보십니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고 받아들이며 과거 우리 인간이 뿌린 인연 때문에 코로나19를 겪고 있다는 인과의 법칙을 인정해야 점차 나아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동안 종교가 개인의 소원 성취나 구복 중심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종교의 역할은 지구와 인류의 공동 생존을 위해 실천적인 활동을 선도적으로 이끄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할 것입니다.”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금산사 포교당 ‘수현사’ 등 도심 포교 활동이 눈에 띕니다.

“금산사가 전주지역에 쏟는 애정이 참 큽니다. 수현사 이전에 전주버스터미널 근처 전북불교회관이 1986년에 준공해 낙성법회를 했습니다. 서울·부산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도심에 최초로 들어선 빌딩식 포교당입니다. 이곳 화엄불교대학이 34회째로 수강생 중 남자 신도들이 월등히 많습니다. 남자 신도들이 불교를 접하고 신앙생활 해나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보면서, 전북혁신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불교를 포교할 수 있는 포교당을 건립하게 됐습니다. 이곳은 우리 하기에 따라 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는 도량이라 생각합니다.”

 

-도심 포교 활성화 이외 중점 계획이 있으신가요.

“코로나19 상황 속인데도 지난 8·9월 금산사 매표 수입이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사찰이 삶의 힐링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계실 뿐만 아니라 풍광도 좋아서 힐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절’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벚꽃나무, 단풍나무 등을 식재할 계획입니다.”

 

-만성동 황방산에 조성 중인 ‘전주 불교세계평화명상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불교의 제일 강점은 명상입니다. 앞으로 불교가 불교로서 계속 명맥을 유지하려면 명상에 대한 체계를 잘 갖춰 불자와 일반인에 보급해야 합니다. 명상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방법(기법)만 배우면 바로 적용 가능합니다. 사실 산에서 수행하는 것은 세속에서 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생활과 분리된 체험이 아니라 삶과 수행이 함께하는 ‘생수불이(生修不二)’를 추구하고 도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명상을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금산사의 보물급 문화재인 ‘금산사 미륵전 향완’이 일본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반환을 위한 금산사 측의 노력을 말씀해 주신다면.

“현재 금산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환수와 대여 등의 방식이 있지만, 유물의 출처를 밝히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해 우리 눈으로 전시 상태를 확인하고, 대한민국 김제시 금산사 미륵전에 있던 향완이라는 것을 명기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할 듯합니다.”

 

-올해 논란이 됐던 일본군 위반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대한 입장, 호소문을 낸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중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는 듯한데요.

“과거 1990년대까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 지원 하나 없던 1992년 10월 송월주 스님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터전을 마포 서교동에 마련하고 이후 명륜동, 혜화동을 거쳐 1995년 지금의 경기 광주 퇴촌면에 자리를 잡기까지 29년 동안 ‘나눔의 집’에 헌신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스님들의 노력과 헌신이 폄하되거나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올해 초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후원금 운용 문제가 불거졌고,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 나눔의 집 법인 이사진과 감사 직무를 정지하자 금산사는 지난 8월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향한 호소문을 냈다.)

 

-끝으로 전북 불교 신자, 도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한 심리적 영향이 자가격리와 경제 불안 등의 이유로 증폭돼 불안장애로까지 발달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기도 한다는군요. 나의 본성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살아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가 ‘잠시 지나가는 일’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참선과 명상 수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명상은 면역력 강화와 더불어 뇌에 긍정적인 영향 끼친다는 것은 많은 실험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명상은 신비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다면 지금 당장 눈을 감고, 허리를 곧게 세운 후 가만히 호흡을 바라보세요. 판단할 것 없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일원스님은

일원스님은 월주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5년 금산사에서 병채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1987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고 정식스님이 됐다.

서울 영화유치원장, 영화사 주지, 전주 학소암 주지, 전북불교회관 원감, 완주 학림사 주지, 조계종 제17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봉암사 태고선원, 금산사 서래선원, 칠불사 운상선원, 불국사선원 등에서 20여 년 간 참선 수행을 통해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를 찾아 지혜와 평화를 닦아왔다.

금산사 주지 취임 이후 밖으로만 향하던 금산사의 주요 활동을 내부로 돌려 금산사 도량을 아름답게 가꾸고, 스님과 신도들의 수행가풍을 다시 세우는데 진력하고 있다.

수행자의 본분은 맑고 고요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과 불편한 가운데서도 땀 흘리는 육체임을 항상 강조하시는 스님은 덜먹고 덜 소유하되 더 나누고 더 만족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욕지족의 가르침이야말로 코로나19 시대 이후 불교의 중요한 실천과제로 꼽고 있다.

문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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