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아카이브의 출발점은 각각 다른 시간의 결속에서 이곳저곳 흩어진 자료들을 한데 모으는 것으로 시작된다. 셀 수없이 많은 내용들이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다루어지는데, 자료의 물결 속에 때론, 어떤 것들은 좌초되어 주최자(아카이브)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하고 가라앉기도 한다. 한편, 아카이브 작업은 다양한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공적인 자료도 있지만, 사적영역의 자료들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고 오는 방법에 있어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생기고 여러 과정을 거치며 중첩되어 흐려지거나 모호해 지기도 한다. ‘아카이브’(Archive) 의 어원은 라틴어 ‘아르키붐’(archivum) 인데, 아르키붐은 ‘시작’, ‘원천’, ‘기원’을 뜻하는 ‘아르케’(arche-)로부터 유래된 용어이다.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약 17세기에 형성되었고, 현재는 기록의 개념과 자료의 보관소라는 장소의 개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요즘은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상당히 역할에 한정짓지 않고 여러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인물 아카이브에 한정해 이야기해 본다면, 한 사람의 일생 도처에 산재해 있는 이미지, 텍스트, 기념물, 채록자료 등을 시대와 연결 지어 주제의 층위별로 정리하여 보관하는 작업을 우리는 흔히 ‘아카이브’라고 한다. 인물 아카이브는 주로 예술계에서 원로·작고 예술인을 대상으로 많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예술아카이브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대두되며, 시각, 공연, 문학 분야에서 실로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 아카이브 사업이 진행되었다. 기초재단의 다양한 아카이브 사업부터 국립예술자료원, 국립극장 공연예술아카이브, 국립현대미술관 시각예술 분야 아카이브 구축 등 국립기관도 나서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올해 지역의 원로?작고 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을 연구하고 기록하여 현시대의 언어와 공유 콘텐츠로 개발해 재조명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사업은 ‘백인의 자화상’이라는 사업으로 2012년부터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사업이다. 전주 지역의 문화예술 지형도를 그리고 전주예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의미에서 그만큼 공공성과 책임감의 측면에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예술인 아카이브의 어떤 부분들이 유영해야할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술아카이브에서는 기본적으로 분야의 특성에 따라 주요 주제 선정이나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로 변환되는 방법론이 다른데, 모든 기록 자료가 아카이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2020년 국내 아카이브 연구에서 김연희 연구자는 ‘할 포스터’의 ‘아카이브 충동’(An Archive Impulse)을 분석해 방대하게 나열된 자료 속에서 아카이브가 결코 총체성을 보여주거나 기억을 그대로 소환하는 작업은 아니란 것을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예술아카이브에서 자료의 수집, 방법, 시스템,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창조적 자료의 변주로서 영민하게 구조화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자칫 수면위로 올라와야 하는 자료가 1차 자료 수집이라는 초기작업 안에 느슨해진 아카이브 경계의 선에서 좌초되어 본질이 흐려지거나 논점 자체가 없어짐을 조심해야한다. 올해는 ‘백인의 자화상’을 통해 그동안 조명된 전주의 예술인들을 돌아보며 10주년을 맞아 예술인 아카이브의 긍정적인 유영의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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