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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조혜경 첫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

색채 감각으로 그려낸 소리 이미지의 세계

조혜경 시인

“커피를 쏟아도 우린 웃지 않지/ 반점이 나타난 바나나 앞에서/ 향기가 왜 슬플까?// 아무 말 하지 말자/ 우는 여자의 속눈썹과 아름다운/ 驛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 일부)

조혜경 시인이 첫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 를 펴냈다.

시집에는 다채로운 언어로 삶의 내면을 들여다본 44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그는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리곤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으로 소리 이미지에 색깔을 입혀낸다. 이 소리는 무수한 내면의 파열음(소음)이다.

“얼굴에 물감을 묻혀요 튜브를 짜며 수북해지는 껍질들/ 하얀 이불 위에서만 엎드려 울 거예요/ 내 손은 지저분해요/ 에왈라 아나 야쓰 내 손은 지저분해요” (‘에왈라 아나 야쓰’ 일부)

감각의 전이를 통해 감각의 겹침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방식은 시인의 내면이 중층의 비밀로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겹이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 내면 전체가 공명하면서 소리는 증폭된다. 이 투명한 소리의 분출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차용한 방식이 채색이다.

특히 그는 무의식의 세계, 무지의 세계, 미몽의 세계로부터 의식의 세계, 기지의 세계, 각몽의 세계로 이행하는 것을 껍질 벗기기로 형상화한다. 시에서 자주 들리는 파열음(소음)은 껍질을 깨트리는 소리인 것이다.

고종석 문학비평가는 “조혜경 시인의 시에는 명징한 불투명성이 있고, 그 명징한 불투명성이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시인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순천향대와 동 대학원,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현재 전주대 교수로 있다. 2012년 시 ‘레위기 저녁’으로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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