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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 이건 영어로 그린 게 아니구먼 4

강풍 속의 네덜란드 선박
강풍 속의 네덜란드 선박

몇 달째 소식이 없는 주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집에 있던 하녀는 터너를 찾아 거리를 헤매며 수소문을 했다. 그러다가 터너가 다닐 법한 허름한 술집에서 인상착의를 말하고 어느 오두막집에 숨어 산다는 것을 알았다.

찾아간 오두막에는 벌써 두 달째 바깥출입도 못하고 앓아 누워있는 76살의 늙은이가 있었다. 그는 그토록 생사를 몰라 하던 터너였다. 왕진하러 온 의사가 임종 준비를 하라고 권하자, “가서 술이나 드시지”라며 조롱하듯 한 마디를 던지고는 하녀에게 바퀴 달린 의자에 앉혀 창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는 창가에 앉아 평생에 그토록 사랑했던 햇살 지는 들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난 날 수천 번이나 그랬듯이 그 아름다운 광경을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가 죽은 방에는 그가 쓰던 팔레트 위에 더러운 장갑과 목도리가 아무렇게나 덮어 있어 그의 신적인 천재성과 지저분한 인생사를 상징하는 듯 했다. 기록에 의하면 터너가 원근법 교수로서 명암의 법칙에 대하여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어찌나 모순투성인지 이 노대가께서는 그 방면에 전혀 과학적인 자식이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의 명암 구조는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여 더욱 아름다운 독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화가가 30살 쯤 되었을 때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활약했던 전함 빅토리아 호의 대형 그림을 위촉 받았는데 사실적인 묘사와 역사적인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는 그의 방식대로 그림에 착수하였다가 며칠 못가서 해군 본부 전체의 맹렬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 때 어떤 병사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건 영어로 그린 게 아니구먼, 영어로 그린 게 아니야.”

윌리암 터너: 영국의 낭만파 화가.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풍경화가로 평가 된다. 그의 작품은 빛과 색채 표현주의적인 분위기로 인해 매우 폭이 넓고 웅장하며 특히 바다를 표현한 작품이 뛰어나다. 대표작으로는 난파선, 베네치아의 아침, 전함 테메레르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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