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7일까지 둥근숲서 고물자골목 공간 전시 개최
오랜 역사가 있는 골목길, ‘고물자골목’이 전하는 이야기
1950년대 구호물자 보급품이 거래된 호황의 거리, 1960~70년대 군복염색 상가, 땅콩 볶는 향기가 나고 통기타와 어울리는 청바지 쇼핑의 메카의 거리, 1980~90년대 교복 수선집이 줄지어 있고, 치마 길이와 바지통 수선이 유행을 선도하던 거리가 있다. 그 주인공은 ‘고물자골목’이다.
1인 기업 간람록(대표 정은실)이 내년 1월 7일까지 고물자골목에 위치한 공유공간 둥근숲에서 고물자골목의 이야기를 담은 ‘고물자골목의 공간, 사람, 기록’展을 연다.
이 전시는 오래된 골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축적된 시간, 공간에 누적되어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하고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길과 장소, 어떤 건물을 지나친다. 그곳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거나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많지 않다. 이에 정은실 대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했다.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참여형 전시를 더 했다. 전시를 볼 때 서서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허리를 숙여서 작품을 봐야 한다거나, 저마다 높이가 달라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거나,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서 바라봐야 한다거나 전시를 움직이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는 고물자골목 바라보기다. 골목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거나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은 한정적이다. 그 모습을 한눈에 담아보고 시대별로 변하는 골목과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두 번째 파트는 고물자골목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서 바라보고 골목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무심코 지나갔던 골목에서 상점 주인들의 하루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 그들이 머무는 공간의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상점은 일회용 버너에 고데기를 올려 데우고 철 지난 달력을 잘라 머리카락과 함께 말아서 열을 전하는 옛날 방식을 추구하는 신진미용실, 젊은 나이에도 어르신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젊은 친구’, ‘바늘 소녀’, ‘바늘 뭐시기’ 등으로 불리는 바늘소녀공작소, 무더운 여름에도, 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에도 가게의 문을 열어 골목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낙인 보배제과 등 10여 곳이다.
정은실 대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색깔이 모두 다르다. 그 색은 누가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대로 색깔이 달라진다. 그 색이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많이 없다. 어떻게 와 닿고, 삶과 공간에 대한 경험이 어떤지에 따라 다르다. 특별한 기회를 통해서라도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공간과 사람이 중요하고, 그것을 남기기 위해서는 기록이 있어야 하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