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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현장 가보니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

불법 주·정차 출동 방해, 통행 차량은 양보 안 해
일부 시민, 눈치보며 소방차 앞으로 길 건너기도
소방관 "신속한 현장 도착 위해 시민 협조 절실"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도착을 위한 소방차 길터주기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14일 전주 덕진소방서는 겨울철 화재 대비를 위해 소방차 길터 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오세림 기자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도착을 위한 소방차 길터주기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14일 전주 덕진소방서는 겨울철 화재 대비를 위해 소방차 길터 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소방차가 진입해야 하는데 불법 주·정차 때문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화재 발생 등 응급상황 시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협조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의식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14일 오전 9시 전주덕진소방서. 이날 기자는 화재상황에 대비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동행했다. 훈련은 지휘차·5톤 펌프차·구급차 등 차량 4대가 동원됐고, 덕진소방서를 출발해 덕진광장, 모래내시장, 금평초등학교를 거쳐 덕진소방서까지 약 8㎞ 구간에서 진행됐다.

출근 시간이 지나 도로는 크게 혼잡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전북대 대학로에 진입하자 좁은 길에 즐비한 불법 주·정차 차량과 아래로 늘어진 전깃줄 때문에 소방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곳을 진입한 소방차는 비교적 작은 5톤 펌프차였지만 비좁은 틈을 지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혹시 주차된 차량을 긁진 않을까, 전깃줄을 건드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해 운전을 맡은 소방관의 얼굴엔 식은땀이 흘렀다.

소방서에서 대학로까지 거리는 약 1㎞로 만약 불법 주·정차 차량이 없었더라면 3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수많은 장애물로 인해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덕진광장에 들어서자 덕진 간이터미널에서 나오는 시외버스가 소방차 앞을 가로막았다. 소방차는 계속해서 사이렌 소리를 냈지만, 버스는 개의치 않고 제 갈 길 가기 바빴다. 버스가 지나가자 이제는 횡단보도를 지나는 시민들이 소방차를 막았다.

한 시민이 눈치를 보며 횡단보도를 지나가자 뒤에 있던 시민들도 소방차 앞을 지나갔다. 만약 화재가 발생했다면 양보해주지 않은 버스와 시민들 때문에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함께 훈련에 참여한 이창현 금암119센터장은 “일반 도로는 괜찮은데 이런 이면도로가 문제”라면서 “비교적 작은 5톤 펌프차라서 지나갈 수라도 있지 크기가 더 큰 물탱크차가 왔으면 이런 길을 진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금평초등학교 인근 골목길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량이 입구를 막고 있는 한 골목은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훈련 경로를 바꾸기도 했다.

한 소방관은 “지금은 훈련상황이라 괜찮지만 실제 상황이었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차량들을 강제처분할 수 있는 법안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현철 서장은 “덕진소방서 관내에는 교통이 혼잡한 백제대로가 있고, 주택 밀집 지역이 많아 출동 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면서 “소방활동의 성패는 신속한 현장 도착에 있으니 출동 중인 소방차를 보면 적극적인 양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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