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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위대한 괴물 - 피카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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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기타 치는 눈 먼 노인

1937년 4월 26일,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서 프랑코 총통의 허가 아래 자행된 독일군의 처참한 살육전은 피카소를 격분하게 했다. 그는 자신의 분노만큼이나 엄청난 크기 351cmx 782cm의 화면을 준비하고 그답게 공개적으로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이때 그의 제작 과정을 지켜보며 시중을 들어준 여인이 바로 도라 마르다. 나중에는 심심찮게 두드려 맞기도 했다. 심지어는 그의 그림 속에서 개의 얼굴로 표현되는 수난을 당하게 되는 그녀지만, 게르니카를 그릴 당시에는 꽤나 많이 피카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이었다. 

어느 날 딸 마하를 낳아 기르고 있던 마리 테레즈가 그의 화실에 왔다가 도라 마르와 같이 있는 자기의 낭군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두 여인은 서로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 사람은 자기라고 언쟁을 시작하였다. 마리는 사랑의 증거인 딸 마하를 앞세워서 도라 마르의 머리채를 잡았다. 여자들이 머리채를 잡는 것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자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그림만 그리고 있는 피카소에게 이제는 싸움에 지친 두 여인 중에서 도라 마르가 제안을 했다. “누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결정해 주세요” 그러나 임기응변의 천재인 피카소는 처음으로 입을 열어 너는 이러한 점이 좋고 또 너는 저러저러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나는 선택이라는 말은 질색이다. 그러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결정해라는 식으로 자리를 모면하였다. 

두 여인은 다시 서로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바닥에 뒹굴기 시작했으나 피카소는 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작업을 계속할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마리는 또 피카소의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여섯 번째 여인인 프랑스와즈 질로에게 다섯 번째 여인이었던 도라 마르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현재는 과거보다 언제나 앞서지. 그러니 당신이 이긴 셈이야”라고 했을 때는 당연히 도라 마르도 잊힌 여인에 불과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프링스와즈 질로도 떠나고 만다. 피카소의 품을 떠난 질로는 혼자 살 수 없어서 새로운 남편 뤽시몽을 만나지만 같은 화가였던 뤽시몽의 그림이 그 이후애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 이미 유명한 파카소가 화상들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다. 화가가 그림을 팔지 못하니 그 궁핍이야 오죽했으랴만 당시의 화상들은 감히 피카소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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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괴물 #피카소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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