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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군산국제문화마을 “삶의 터전 빼앗길 수 없다”

광주 A건설업체, 940세대 규모 아파트 건립 추진⋯일부 주변 땅 매입
최근 진입로 펜스 설치하자 상인들 반발⋯상가 매각 수용 불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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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북동에 위치한 국제문화마을(옛 아메리칸 타운) 진입로에 펜스가 설치되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사진=이환규 기자

비가 촉촉이 내리는 29일 오후 산북동에 위치한 국제문화마을(옛 아메리칸 타운).

마을 일대에 다다르자 비장한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 여러 장이 눈에 띄었다.

“지역 주민 다 죽는다”, “50년 주민도로 폐쇄가 웬 말이냐” 등등

이 일대 부지를 사들여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A업체가 사람과 차량이 드나들 수 없도록 마을 입구에 펜스를 설치하자, 이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들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전국 상권마다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이곳 마을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이곳 국제문화마을에 적막감이 감도는 이유는 뭘까.

과거 아메리칸 타운으로 불리던 이곳 마을은 인근 군산 미군기지 장병들의 유흥을 위해 1970년대 국가가 계획적으로 조성한 곳이다.

한때 이곳은 50여 개에 달하던 상가가 영업을 하며 불야성을 이뤘지만, 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문 닫는 가게들도 많아졌고, 현재는 클럽 및 슈퍼 등 15개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의 A건설업체가 지역주택조합 형식으로 이곳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이상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A업체는 이 일대 지하 3층·지상 48층(940세대)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를 위해 상가를 제외한 마을 부지 1만5000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는 최근 해당 건설사가 제출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신고서가 미흡하다고 판단, 보완 요청과 함께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상인 측과 마찰을 빚고 있는 A업체가 마을 입구에 펜스를 세우면서 양측 간에 갈등관계가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상인들은 “한 마디 상의 없이 수 십 년간 사용한 도로와 주차장을 (부지 매입의 이유로) 막는다는 것은 이해도, 동의도 못한다”며 “상인들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상인들은 건설사의 일방적 사업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문화마을 상인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공동주택지역 철거 과정에서 하수관이 파손되고, 주변에 각종 폐기물이 쌓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전혀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업체 측의 일방통행에 절대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훈 상인회장은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타운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삶의 터전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면서 “상가 매각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안 될 시에는)향후 법적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한 뜻을 내비쳤다.

아픔과 쇠락의 길로 들어선 국제문화마을, 과연 상권의 흐름이 계속될지 아니면 아파트 건축으로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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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화마을 #아메리칸 타운 #아파트 신축 #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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