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7:2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정치 chevron_right 국회·정당
자체기사

강성 지지층만 보는 양당, 의회정치 '실종' 지역주민 고통 초래

당 지도부, 예산안 처리 합의 말라는 강성 지지층 의견만 반영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방식 '당원 100%' 룰 개정 앞두고 있어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와 강경파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평가
국민 대다수 의견은 선거때 빼고 반영 안 해
국회 책임 방기할수록 전북 같은 낙후지역 설자리 없어

image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경제부총리 회동을 마치고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원인은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에만 맞추는 정치를 추구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타협을 죄악처럼 여기는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빠지면서 정쟁의 무한루프에 빠진 상황이다. 양당 내부에선 하루빨리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염려한 탓인지 소진을 개진하는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어려워 졌다.

강성 지지층만을 보는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결국 피해자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일반 국민이 된 셈이다. 특히 전북처럼 낙후된 지역은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면서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은 물론 새만금 조세특례제한법은 내년도 전북지역 살림살이를 위한 국가예산의 처리가 늦춰지면서 지방정부 운영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과 비윤 세력 간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출 방식을 100%당원 투표로 개정을 앞두고 있다. 비당원 국민의사는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승민·이준석계 측은 국민의힘이 사실상 여당이자 대중정당으로서 포괄적인 민의 수렴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춰볼 때 중도층이 대다수인 일반 국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경우 극단적 성향의 대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국회의 갈등 조정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강성 지지층과 당원 중심으로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여당과의 협상이나 협치를 강조하는 정치인은 민주당 내에서 일명 ‘수박’으로 찍히는 분위기 속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서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이며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 등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주당이 굽힐 필요가 없다”면서 투쟁력 강화를 당에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당원들의 요구는 즉각 받아들여지면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야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의원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를 대변하기보단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들러리 신세가 됐다”는 자조섞인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들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는 이유로 '원내정치 실종'을 꼽고 있다. 과거 당 운영은 당 대표가 원내 협상을, 원내대표가 전권을 맡아서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관철시키는 것을 제1의 목표로 하면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에서 의회주의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양당이 강경 지지층의 논리만 펼치면서 민생을 위한 논의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3선의 A의원은 “국회에서 의회정치가 사라졌고, 이제는 극단의 진영논리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상대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상정하는 증오만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사법화'는 점점 노골화하고 분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김진표 국회의장 말대로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재선의 B의원은 “정치는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타협하고 조정하는 건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현재 정치를 일종의 전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 C씨는 “지금 여야 모두 상대를 반드시 숙청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면서 “문제는 여야 정쟁도 문제지만, 당내 정쟁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소장파는 3김이 당 총재를 했던 당시보다 희귀해졌고, 당내에서 협상을 이야기하는 국회의원에겐 극렬 지지자들이 나서 철퇴를 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과 교수 D씨는 “양당 모두 진영논리와 팬덤정치에 매몰돼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정치에서 철학은 없어졌다. 한국 국회의원의 역할은 이제 갈등을 조정하고 협상하는 민의의 대변자에서 갈등을 증폭하는 전쟁터의 장수가 됐다”며 “국회의원들은 정치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인줄 알면서도 따르고 있다. 지역구 민심과 강성 당원의 요구 충돌이 심해질수록 결과적으로 '자해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필연적으로 현재의 국회 마비 상태를 불렀다. 앞으로도 여야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정치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