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6:2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기타

행복의 방법, 타자를 위하기

image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누군가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닌 '욕망'이라고 했다. 행복은 개인에 따라 모두가 다르게 인식하는 것 같다. 같은 회사,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어떤 이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불행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맥락이 있다. 모두가 제각각이다.

오래전이다. 모 지자체에서 최고위층까지 오르고 은퇴하신 분이 계셨다. 고향에서 활동 해 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는지 외국에 나가셔서 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지인들이 공직에 있을 때의 자기 권위를 내려놓지 못하면서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교육계, 정치계, 행정 등 고위공직에서 은퇴한 분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된다. 새로운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한편에서 60대 초반부터 80~90 어르신 행세 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분 중 은퇴 후 1, 2년 만에 외모까지도 완전히 나이 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흔이 되면서 월급 주던 직장을 사직하고 프리랜서를 몇 년 하면서 개인 연구소를 운영 했었다. 나와 보니 알았다. 명함에 이전에 내가 가졌던 기관장이라든지 단체에 어떤 위치 등 내세울 게 없었다. 이름만 만들어 놓은 무허가(?) 연구소가 다였다. 완전히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당시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이 나와 진정성 가지고 함께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은퇴를 아주 빨리한 거다. 그리고 몇 년 있다가 다시 지역에 돌아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을 기획 운영하고, 이후 ‘길위의청년학교’도 시작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20대에 하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현장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와 집필 등 질적으로나 네트워크적으로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은 ‘청소년활동’이다. 지금이 행복한가? 모르겠다. 행복의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안다. 이 일이 청소년들에게 복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달그락’에 선생님들도 그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군산까지 와서 방 얻어 살면서 청소년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청소년과 지역사회, 그 안에 많은 사람과 연대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전문적으로 움직여 가는 활동.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은퇴는 없다. 하는 ‘일’이 바뀌어 갈 뿐이다.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일의 목적에서 자기 ‘욕망’을 내려 놓고 ‘본질’을 보게 되면 평생에 걸쳐 우리가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 보인다. ‘행복’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통해 타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삶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를 통해 타자와 이어졌다. 이 글도 누군가 읽히기 위해서 쓴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고 있고, 기자도 사회 정의를 위해서 누군가를 위한 기사를 쓴다. 택시 기사는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에 태워준다. 정치인은 어떤가. 우리 사회의 모든 일은 누군가를 위해서 함께 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모든 직업이 그렇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한 삶이 무엇인지 살피고 조금이라도 복이 되도록 거드는 일이 우리 행복을 판가름한다.

우리우리 설날이 막 지났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삶을 묻는다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인생의 가장 지속적이고 긴급한 질문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또 다른 새해다. 모두 행복하기를. 

/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정건희 소장은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위원∙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군산시교육발전진흥재단 이사∙한일장신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벽메아리 #정건희 #행복의 방법 #타자를 위하기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