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전북 금융도시 조성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힘을 실어줄 ‘전라북도 금융도시 추진위원회’가 22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전북 금융중심지 이슈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발판으로 자산운용 중심지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갈 길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 전북 금융도시의 꿈은 졸지에 선거철에만 등장하는 희망 고문으로 전락했다는 냉소적인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막에서도 꽃은 핀다. 전북은 여러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 3대 연기금의 소재지로서 금융도시가 될 첫 번째 요건을 갖췄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정치인들의 홍보용 공약이 아닌 실제 이행 가능한 프로젝트로써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금융도시 조성에 필요한 선결 조건을 정치·행정·경제적 측면에서 각개격파할 시점이 온 것이다.
△정치적 과제=‘제3금융중심지 지정’ 대통령과 금융위원회 의지 관건
전북도민이 염원하고 있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본래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금융도시를 만들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금융중심지로 인정받은 부산이 국가 금융중심지 지정에 만족하지 않고, 금융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금융중심지라는 이름은 글로벌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정치권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어려워지자 선(先) 금융도시 인프라 조성 후(後)금융중심지 지정이라는 말로 본질을 바꿨다. 이는 부산의 사례를 보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은 금융중심지 지정에 만족하지 않고 이에 걸맞는 정책 수립과 강력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금융중심지 지정은 법과 제도를 통해 금융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는 의미다.
결국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취임 초기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던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전북을 외면한 배경에는 사실상 청와대와 권력의 핵심에서 이를 원하지 않았던 데 있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전북정치권의 청와대 접근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무산시킨 공약을 이번 정부에서 실현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전북이 정치적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은 우선 공공기관 추가 이전 확정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공사 등 자산운용 기관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가시화해야한다는 의미다.
부산정치권은 집권여당 실세의 힘을 바탕으로 올해 KDB산업은행 이전 확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정치 역학관계를 활용한 국가 금융기관 사수에 나섰다. 결국 금융중심지 지정은 키는 정치적 역량과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적 과제=필수인프라 구축에 속도
전북도와 전주시 등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영역과 구분해 체계적인 협업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는 정무위원회 등 상임위와 금융위원회 설득,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논리 마련에 집중한다면 행정은 △금융센터 건립 △정주여건 조성 △인센티브 마련 △국제공항 활성화 방안 수립등 전반적인 도시의 요건을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정치와 행정 영역에 포함되는 모든 일을 관장하고, 실무진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도시 이행조건을 완수해야 한다는 게 금융가의 조언이기도 하다.
△경제적 과제=국민연금공단의 적극적 참여와 금융기관 인센티브
금융중심지 지정과 금융도시 조성이 가능하려면 민간 금융사들이 대거 전북으로 이전해야 한다. 전북이 금융도시를 꿈꿀 수 있는 것은 920조(지난해 11월 말 기준)라는 천문학적인 기금운용에 있다. 서울 여의도에는 국민연금과의 계약만 보고, 한국에 둥지를 튼 금융사들이 적지 않은데, 이 금융사들의 한국 본점 이전을 유도해야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국민연금 수탁기관으로서 기금을 간접 운용하고 있는데 기금운용본부 입장에선 소수의 자금이 민간 금융사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실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는 금융도시 조성이 불가능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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