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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기린미술관, 이남석 초대전 ‘흐르는 것을 그린 세류 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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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작가 작품/사진=이승우 작가 제공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이남석 한국 화가가 대학 때 전공에서 저 멀리 달아나서 대학 졸업 후의 삶의 현장에서 얻고 공부한 노동의 기억으로 전시회를 했다.

매번 말하지만, Fine Art를 전공한 졸업생들에게는 우선 갈 곳이 없다.

제 밥벌이는 해야 하는데 어디서 받아주는 곳이 없다. Useful Art를 전공한 사람들은 박봉이나마 그래도 취직할 곳이 있으니 대학 교육과정에서도 순수미술 계열을 더 이상 뽑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철학과 같은 계열보다 더 취직난을 겪는 곳이 순수미술 계열이다.

한때 장사가 된다 생각하여 입학생을 막무가내로 받았던 대학들도 이젠 순수계열의 입학생을 없애거나 인원을 줄였다.

그래서 미술은 학교 교육보다 차라리 도제교육으로 뒤돌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게 현실이다. 교육을 받을 곳이 점차 감소해 가기 때문이다.

작가 이남석은 이번이 개인전 18회째이다. 그의 나이가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많이 든 것은 아니지만 그 경력에는 미국 뉴욕에서 했던 글로벌한 것도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는 젊은 시절을 노동판에서 인력사무소까지 개소할 정도로 보내면서도 지독하리만치 그림과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차라리 "악착같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는 노동으로 지친 하루를 마치고도 결코 손에서 그림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판의 축적된 경험이 그림으로 표현된다.

일찍이 고 하반영 선생이 그의 그림을 보고 지어줬다는 "세류(世流)"라는 제목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무래도 이 고집불통의 사내에게 세상의 흐름대로 살라는 뜻으로 제목을 빙자하여 작가에게 사는 방법을 일깨우신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작품재료는 목재 화판에 타일 본드 접착제를 두툼하게 붙이고 그 위를 타일  쇠손으로 절대 날렵하지 않게 굵직굵직하게 긁어 마초 같은 마티에르 효과를 자유럽게 긁은 위에 채색한 작품들이 인상적이어서 마치 로댕 발자크상의 질감을 보는 듯 하다.

그의 옛 그림에서는 정체불명의 학의 형상들이 많이 등장했었는데, 경험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오늘의 작업에 찬사를 보낸다.

그 외에는 스프레이 작업을 병행한 것 같은 산과 하늘을 그린 그림들과 천의 명암과 음영을 정밀하게 묘사한 무채색의 그림도 있었다. 그런데 작가의 허전함에서 진열된 여러 양상의 그림들을 보여 관개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우리 누구나 상화(商畵)가 아닌 진심으로 내 작업을 할 때,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도, 또는 그림이 너무 쉽게 그려져도 허전함과 함께 혹시 사기 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불필요한 것들을 보태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또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그릴 수 있다는 능력의 과시도 내재하는 그런 마음일 것이리라. 

일반적으로 그림쟁이 모두가 갖는 두려움과 과시욕일 것이다. 매너리즘에 대한 극심한 혐오일 수도 있고.

그런 진실을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 보여주었다. "아직 나는 학생이요 만"이라는 섬세하고 그래서 아직도 배우겠다는 겸손함까지 모두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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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세류 #작가 #기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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