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지역에서 유일한 판화가로 활동하는 유대수 씨 전시회가 향교길 68 갤러리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전시된다.
필자는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음에도 비전공교수(소조)에게 판화를 배워 대학의 첫 강의로 판화 과목이 주어졌음에도 사양해야만 했다.
중등교사 시절, 그렇게 서보고 싶던 대학의 강단이었지만 배운 것이 확실하지 않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판화가 중등교육 과정이 있음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프레스를 작동하고 에칭 등을 경험했다. 그리고 중등 미술대회에 판화 부문도 지도하면서 32절 크기의 고무판이나마 칼맛을 알게 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과연' 이었다. 칼맛이라기엔 너무 부드럽고 익숙한 붓의 터치 같은 칼맛 같지 않은 칼맛들이 마치 능숙한 화가의 비구상화처럼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칼도 오래 쓰면 경지가 있나 보다. 전시 제목인 '산산수수(山山水水)'는 아마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큰 스님 성철의 말씀으로 짐작하나 그 뜻은 아직 작가의 변을 직접 들어보지 않아 더 오묘한 뜻이 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다만 김삿갓이 금강산을 둘러보고 쓴 시에 나오는 구절에 산산수수처처기(水水山山處處奇)가 있어, 아는 것도 병인 양 잠깐 헷갈렸을 뿐이다. 작품을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니 작가의 엄청난 고집과 긍지를 느꼈다.
작가 자신이 스스로 정한 헌법 같은 아집이 많이 보인다. 절대로 이웃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작품 곳곳에서 풍기는 냄새는 분명해, 좋게 말하면 개성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매너리즘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했다.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너무 상업적으로 생각되겠다. 또는 작가 본인에게는 실례일 수도 있으나, 작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갤러리의 입장을 대표하는 조미진 관장의 말로는 지난 24일 하루에만 7점이 매매되었다 한다. 이러다가 이 지역에 판화 붐이 일어나지 않나 하는 기대도 함께한다.
예술품을 구매하는 것도 습관이기 때문에 장르를 넘어서 다른 장르를 하는 예술인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화 1점뿐인 회화와 여러 장을 만들 수 있는 판화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아무튼"이다. 판화에 착안한 화가들이 현대의 정교한 사진 기술을 차용하여 비쌀 수밖에 없는 원작은 한 점만 전시하고 거의 원작과 색채와 마티엘이 똑같은 사진 모작들을 같이 전시하기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일도 있다.
갤러리의 역할은 두말할 것도 없이 더 많은 홍보와 판매이다.
그러므로 작가와 갤러리에 그 수익이 돌아갈 때 비로소 작가는 다시 창작할 수 있는 재료를 얻을 수 있고, 갤러리도 경영난을 겪지 않기에 원활한 미술시장이 성립된다고 하겠다. 지금까지는 이런 미술시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치 먼 미래에나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거나 살아 생전에 미술품을 사고팔며 대두되는 "돈"이라는 것이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입 밖으로 발설하면 속물 같다라는 입장에서 "나의 작품"과 돈을 같이 말하는 것은 내 예술의 숭고함을 해치는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흥정도 불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요즘은 그런 민망한 부분을 갤러리에서 대신 해주는 것이다.
돈이 천하다는 생각은 농자천부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말로만 떠들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상으로 돈을 천시했던 유교 사상에서의 영향 때문이다.
한때 일본인들이 유교의 원산지 중국보다 더 오래 깊이 신봉하는 유교사상때문에 한국은 더 이상 발전이 없으리라고 비웃음을 주었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유교의 좋은 점, 이득 같은 것은 취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사상으로 이미 습관과 전통이 되어버린 것들은 빨리 버려야 함은 물론이다.
이같이 우리 예술인들부터 원활한 미술시장을 위해서는 생각을 개벽해야 한다.
아! 작품을 사고파는 행위의 정당성과 역할을 말하다가 잊을 뻔했다. 이 작품들은 나무결은 안보이지만 모두 목판화라 생각되고, 음각 기법과 양각 기법을 고루 병행하였는데 음각 기법을 더 많이 사용한 거 같다. 여러분이 도장을 파서 인주를 이용해 찍을 때 이름이 빨갛게 나오면 양각이고 이름은 하얗고 배경이 빨강이면 음각이다. "나도 판화가"라는 생각으로 사진말고 전시장에 가서 직접 살펴보며 감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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