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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기린미술관, 6인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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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홍순무 작가 작품./사진=이승우 작가 제공

전주 기린 오피스텔 3층의 기린미술관에서는 지역 명문 전주고등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연을 맺었던 박종렬 미술관 대표가 얼마 전 하늘로 떠나신 고(故) 홍순무 교수를 기리기 위해 기획한 평소 홍 교수와 인연이 닿았던 5인의 화가를 같이 묶어 전시회를 마련했다.

‘예술로의 동행’ 전이 바로 그것이다. 참여 작가는 고(故) 홍순무, 이창규, 강남인, 이성제, 김세견, 최원 등 6인을 초대한 일종의 추모전이다. 전시는 2023년 5원 16일~6월 15까지이다. 대부분 고(故) 홍 교수가 전주 교육대학에 재직하기 전 전주고등학교 재직 시에 연을 맺었던 제자와 전주고 동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고(故) 홍 교수는 생전에 매우 온화하고 다정다감했던 성격이었다. 특히 그림에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필자와도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당시에도 익산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전주에 사시는 홍 교수께서 자신의 화실 주소를 불러주며 무조건 지금 오라는 것이다.

무슨 일로 그러시나 하면서도 어른의 명령이기에 부랴부랴 운전해서 주소를 봐가며 겨우 찾아간 작업실은 매우 청결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에도 80세를 넘기신 노구를 움직여 가며 당신의 그림들을 하나씩 내 눈앞으로 옮기시는 것이었다.

당신의 제자인 대학교 교수가 이번에 미술관을 크게 만들었는데 창립전으로 초대전을 하게 되었다며 팸플릿에 게재할 서문을 쓰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시는 말씀을 새겨들어 가며 그림을 감상 분석하고 있는데 큰 미술관을 개관한다는 바로 당사자인 그 교수님이 작업실을 방문한 것이다.

고(故) 홍 교수가 팸플릿은 제작했느냐고 묻자 이미 제작했다는 대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 써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써"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나에게 주어진 지면도 없는데 쓰라고 해서 "팸플릿이 이미 나왔는데 어디에 사용하시려고요?" 반문했더니 팸플릿 속에 간지(間紙)로 넣을 테니 쓰라고 한다.

그래서 자존심이 약간 구겨진 나는 "선생님! 저는 간지 글은 못 써요"라고 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그때의 그 교수님이 바로 지금의 기린미술관 대표 내지 회장인 박 교수이다.

부인을 관장으로 했으니 박 교수의 호칭이 애매하여 사람들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니 이 호칭도 한번은 정리되어야 한다.

하는 일은 실질적인 큐레이팅이지만 그렇게 부르기엔 어쩔 수 없는 세월 때문에 너무 중후하고, 회장님이나 대표라고 부르기엔 너무 전문성이 떨어지고 해서, 평생 대학에서 교수직으로 봉직하였기에 그냥 "박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가장 좋을 듯하다.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기도 할 테고.

호칭 정리는 이만큼 해서 끝을 내고, 참여 화가 중 가장 연장자인 이창규 작가는 원광대 미대 학장직을 역임했던 경력이 말하듯 그림을 전문적으로 오래 한 경력의 소유자로 이번에도 종교에서나 느낄 수 있는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비구상 그림을 제작했다.

형체가 없는 사유를 눈으로 보이게 표현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혹자들에겐 비구상이 어렵냐, 구상이 어렵냐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깊이 들어가면 쉬운 것이 없다.

강남인 작가는 지금까지 전시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의 하이퍼에 가까운 사실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사람들에게 알려졌었다.

이번 작품도 후학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성재 작가는 이 나라 전통 인장 주의의 맥락을 고수하며, 이 지역 서양 화단의 1세대이거나 1.5세대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수많은 전시를 통해 이미 유명해진 작가여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김세견 작가의 수채화는 이미 교과서에 나와야 할 만큼의 경지에 있다.

평소 김세견 작가의 수채화는 깔끔하고 똑똑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번에는 많은 변화를 줘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림에 도입한 인상이다.

인생 70세가 가까웠을 나이인데도 이들 중 가장 젊은 최원 작가는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현대미술판에서 때론 흉내가 불가능한 섬세함으로, 때로는 재기발랄한 생각과 자유로운 붓질이거나, 부조에 가까운 양감 등으로 날카로움을 배제하는 등의 변화무쌍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작가였다.

이들이 따로 또 같이 이루어 낸 하모니로 이번 전시는 매우 다채롭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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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미술관 #그룹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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