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글로벌 팩트체크 행사 의의
국내 ‘가짜뉴스 전쟁’ 구심점 역할
지역 언론의 팩트체크 중요성과 가능성 강조
“누구나 공감하고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은 반드시 존재”
“사실 판단의 준거마저 편파성에 의해서 좌우되는 지금의 현상은 민주주의에 분명한 위협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을 추적하는 팩트체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팩트 10은 세계 각국에서 온 팩트체커들이 서로 환대하며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자리였습니다.”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인 글로벌 팩트10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장이 다소 느슨해진 우리나라 팩트체크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글로벌 팩트 10(Global Fact 10)'이 지난달 28일부터 3일 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올해 행사는 세계 75개 국가에서 한국을 찾은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550여 명이 참석했다. 비대면으로도 774명이 참여했다. 글로벌 팩트가 고작 10년 만에 영국 런던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40여 명이 모였던 1회 행사의 10배가 넘는 대규모 행사로 거듭난 것이다.
정 센터장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팩트체커들이 맞닥뜨린 도전들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 것인지를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그것들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팩트체커들의 의지, 그리고 사회가 팩트체커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 어려움보다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팩트10을 치르면서 앞으로의 고민도 많아졌다고 했다.
많은 팩트체커의 노력과 헌신에도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언론에 대한 회피가 커지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날로 상업적인 이익과 정치적인 극단주의와 결합하는 허위정보는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치적 극단주의를 설득할 수 없다는 절망감, 극단주의자들로부터의 공격으로 (팩트체그 역시)굉장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언론사 뉴스룸(편집국·보도국)의 팩트체크 의지가 저하된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정보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문화를 꼽았다. 언론시장이 취약해지면서 수익과 즉각 연계되는 콘텐츠만 찾다 보니 점점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뉴스가 대량 양산될 수밖에 없는 풍토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많은 기자들이 SNU팩트체크에 게시물을 업로드 하면서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데스크로부터)‘다른 기자들은 기사를 막 쏟아내는데 너는 팩트체크 한다는 핑계로 기사를 적게 쓴다’는 오해를 받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치가 극단화 되면서 팩트체크를 실시한 기자가 양쪽 진영으로부터 다 공격받는 경우도 많아졌다”면서 “이 부분에서 느끼는 무력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NU팩트체크 차원에서의 고민할 지점도 유독 많아졌다. SNU팩트체크 센터는 직접 팩트체크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 일종의 ‘연대 플랫폼’임에도 이를 불편해하는 특정 집단의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SNU 팩트체크 센터는 2017년 출범한 이후 가짜뉴스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사실상 최전방에서 허위정보와 싸우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SNU팩트체크는 특히 자체 플랫폼을 넘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포털과 협업을 이어오면서 팩트체크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정 센터장은 “올라오는 게시물의 양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뿌듯한 것은 검증근거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32개의 SNU 팩트체크 제휴사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 속에서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를 따지는 공론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고 회고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20여 년간 재직(1989∼2007)했다. 문화부 기자로 서평 기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재직 중 관훈언론상(2005)을 수상했다. 2008년 미국 메릴랜드주립대로 유학을 떠난 4년만인 2012년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딴 이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강의해 왔다. 언론중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가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