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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학교, 사라진 추억들] ②부안 대수초 - 닥나무는 '콩콩' 마음은 '콩닥'

2006년 폐교, 지난해 6월 '닥나무한지체험학습장' 개관
학교 역사도 보존⋯월 700여 명 방문 "지역 자랑거리"
관리 인력 부족·총괄 센터장 없어 지속가능성은 고민

활용 중인 폐교재산이 대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달리, 부안군 백산면에 위치한 닥나무한지체험관 '콩닥콩닥'의 경우, 옛 학교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곳의 사례를 살펴보며 폐교의 활용방안을 가늠해 볼 만하다.

 

전통 체험과 미래 교육의 '콩닥콩닥' 가슴 뛰는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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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부지에 들어서자 보이는 닥나무한지체험관 '콩닥콩닥'의 전경. /김지원 기자

30일 찾아간 부안군 백산면의 닥나무한지체험관 '콩닥콩닥'.

콩닥콩닥은 1948년에 개교한 대수초등학교가 2006년 백산초등학교로 통폐합되면서 남겨진 1만 6000㎡ 폐교 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닥나무 200여 그루에서 출발해 지난해 6월에 개관한 전통한지 체험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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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닥나무를 활용한 한지 제작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강사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이곳은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닥나무를 활용한 한지·공예품 제작, 닥제과제빵, 닥잎제다(음료 가공) 등을 교육하고 있다. 닥나무 심기부터 한지 뜨기까지 한지체험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콩닥콩닥이 유일하다. 한지뿐만 아니라 VR, 메타버스 체험과 코딩·동영상 제작 등 창의적 활동으로 미래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체험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이날 군산에서 세 자녀와 함께 방문한 배신영 씨는 "저출산 현상으로 폐교가 점점 늘어날 것 같은데 콩닥콩닥이 좋은 모범사례가 돼서 좋은 체험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됐고, 주변에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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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가 심어진 야외 휴게공간에 주민들이 방문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콩닥콩닥

적막했던 마을에 체험객이 몰리니 주민들도 활력을 얻고 있다. 김혜숙 콩닥콩닥 팀장는 "부안군 주민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야외 휴게공간은 물론, 잔디광장, 포토존을 상시 개방한 상태다"며 "인적이 드물고 어두웠는데 사람들이 드나들며 활기가 생겨 안심된다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곳의 월평균 체험 및 방문자 수는 700여 명이며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4196명이 방문했다. 마을 주민을 미화원, 마을교사 등으로 채용해 일자리 창출 및 지역민의 생계 보조까지 돕고 있다.

 

학교는 사라졌지만, 추억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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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폐교된 대수초등학교의 역사와 교실 풍경이 콩닥콩닥 역사관에 전시됐다. /김지원 기자

콩닥콩닥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 대수초등학교의 옛 모습을 재현한 역사관이 있다. 문을 열면 펼쳐지는 넓은 교실 바닥과 커다란 칠판은 보는 이를 '옛 시절'의 그리움 가득한 향수에 젖게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선반에 차례대로 놓인 낡은 교과서와 졸업사진은 졸업생들의 앳된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대수초등학교의 역사를 기록한 이곳은 졸업생들에게도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학생의 발길이 끊긴 폐교와 함께 사라진 옛 추억의 가치를 '콩닥콩닥'이 품에 안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수초등학교 졸업생인 대수교회 이상욱 목사는 "하마터면 잃을 뻔 했던 어린 시절 발자취가 이렇게라도 남게 돼 다행이다"며 "지난해 6월 총동창회원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 모두 기뻐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파견 교사가 체험관 총괄 '부담'..."센터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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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난 장은비 부안교육지원청 장학사(왼쪽)와 김혜숙 콩닥콩닥 팀장(오른쪽). /김지원 기자

콩닥콩닥은 교사 2명을 포함한 6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일정이 있을 경우 마을교사 3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부안교육지원청에서 강사비와 재료비 등을 전액 지원하지만, 체험관 관리 인력 부족 등 관리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장은비 부안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닥나무를 심고 껍질을 벗기는 작업 등 한지에 필요한 재료를 교사·강사가 직접 준비하고 있다"며 "재료 준비에 필요한 인력뿐만 아니라 올해 3월부터 파견교사 수도 줄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혜숙 콩닥콩닥 팀장은 "파견 교사로 일하면서, 체험관 관리를 총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며 "관리 총괄 센터장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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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학교 #한지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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