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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①서노송예술촌 왜 흔들리나?

선미촌 일대 1만㎡ 규모의 2개 단지 600세대의 아파트 건립 추진 계획
일부 건물주, 토지주, 주민들 가로주택 정비사업 추진위 구성
슬럼화된 도시 가시적 변화들 자본의 가치로 치환…보존과 재생 논리 균열
2022년 전주시장 교체 이후 추가 사업 및 예산 지원 뚝 끊겨
전주시 "사업은 완료된 상황, 이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청년·예술인들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능사 아냐" 전주시 태도 비판

한때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서노송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도심속 어두운 공간으로 남아있던 선미촌을 바꿔보겠다며 2017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공권력이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주민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을 이주시켰고, 그동안 성매매에 사용되던 건물들은 전주시에서 매입해 문화·예술 시설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붙여졌던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는 2022년 끊어냈지만, 최근 서노송예술촌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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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가 있었던 서노송동 선미촌 거리 전경. 사진=박은 기자

전주 서노송예술촌이 흔들리고 있다. 60년간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성매매 업소를 사들여 폐쇄하고, 공간을 임대해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 온 전주시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겉으로는 선미촌에 성매매 업소들이 모두 사라지며 사업이 완료됐다는 입장이지만, 2022년 단체장이 교체되면서 정책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서노송예술촌 일대에 아파트 개발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사실상 재개발을 추진, '예술촌'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선미촌 일대에 1만㎡ 규모의 2개 단지 600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일부 건물주와 토지주,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설을 위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닫은 성매매 건물들이 수년째 방치됐고, 기존에 전주시가 기대했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효과가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파트 개발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현재로서는 ‘아파트 개발을 해볼까?’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토지주와 건물주, 주민들을 필두로 가로주택 정비사업(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조합설립 동의를 위한 검인 신청이 진행중이다. 이 일대 주민 80% 이상이 아파트 개발에 동의를 하면 조합 설립 인가를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추진해왔던 예술촌의 기능이 소멸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노송예술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주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선미촌이라는 공간에 공원과 문화시설이 유입됐고, 2021년을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져왔던 성매매 업소도 완전히 퇴출됐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2022년 공교롭게 전주시장이 교체됐고, 이후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의 완전한 퇴출이 이뤄진 만큼 더이상의 사업 추진이나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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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책방 물결서사. 사진=박은기자 

슬럼화된 도시의 가시적인 변화들이 자본의 가치로 치환되면서 기존에 견지해온 보존과 재생이라는 논리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행정에서 예술촌의 변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주시의 입장에 대해 예술촌에서 활동해 온 예술인과 청년들은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간의 성격이 변화했고, 바뀐 공간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성매매 업소 퇴출이라는 1차원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예술인은 "공간을 지켜온 주민과 공간을 변화시킨 예술가, 청년들의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담긴 곳이 선미촌”이라며 “공간의 성격이 변하면서 선미촌이 과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미촌은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인 만큼 함부로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서노송예술촌에서 거점공간을 운영중인 한 작가도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미촌에 자리잡은 문화공간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닌 시민들과 약속해 이어온 것들인데 무형의 가치가 외면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서노송예술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해 나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면 여성단체, 전문가, 주민, 청년, 예술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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