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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전북의 기후 천사들

기후재난은 잔물결처럼 밀려왔다. 2019년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북극곰이 먹이를 찾으러 러시아 도시에 출몰했다. 해빙 면적이 급격히 줄면서 북극곰은 먹잇감을 사냥하지 못했고, 굶주린 곰이 도시 외곽까지 접근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꿀벌 집단 실종 현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꿀벌이 약 400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꿀벌 대체재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24년을 돌아보면 기상이변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여름이 유달리 길었던 탓에 9월 한가위 폭염을 경험해야 했고, 11월에는 불시개화와 폭설로 전국이 혼란스러웠다. 단순히 북극곰과 꿀벌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기후 재난이 어느새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재난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면서 기후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친환경 소비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기후감수성을 실천하는 전북의 기후 천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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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외경. 사진=전북일보 DB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새활용 전주 다시봄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처럼 쓸모를 잃어 버려지는 쓰레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설이 있다. 바로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이다. 

센터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쓸모가 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쓰임을 부여하는 새활용(up-cycling·업사이클링)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새활용, 즉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다. 버려지는 폐기물에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기존보다 더 좋은 품질, 더 높은 수준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2021년 야심 차게 문을 연 센터에서는 병뚜껑과 비닐봉지 등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양한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활용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며 쓸모없어진 자원에 쓸모를 입히고, 지구 자원의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기후감수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실제 영화관 스크린과 영화관 좌석 원단 등을 활용해 각종 생활 소품을 만들고, 병뚜껑 등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열쇠고리를 제작한다. 또한 버려지는 식품 제조·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 등을 지원·육성하며 새활용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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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1층에 마련된 전시 판매장 모습. 오세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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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1층에 마련된 전시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오세림 기자

 

새활용센터 다시봄, 새로운 쓰임 고민

전주시새활용센터는 지역에 자원순환 생태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새활용 교육사업 △공간 활성화 사업 △새활용 산업 지원 △연대 협력 사업 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쓸모를 잃은 자원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새활용 문화를 시민들이 흥미롭게 인지할 수 있도록 기획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기획전 RE: BORN에서는 자투리 가죽이나 부스러기 가죽을 활용해 완성한 설치작품을 전시해 선보였다. 폐기물에 불과했던 가죽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익숙한 이미지, 낯선 존재 전시회에서도 자개장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줬다. 작가는 천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자개장에 환경파괴로 사라진 동식물의 이미지를 덧대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센터는 버려지는 폐기물이 모이면 새로운 쓰임을 찾을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방문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위해 1년 내내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자원의 쓰임을 알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대중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화두로 던지고, 새활용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센터 2층에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새활용 기업 4곳과 내부 평가를 통해 연장한 2개 기업 등 총 6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센터는 새활용 산업을 발전시켜 비즈니스로 확대하고자 입주한 스타트업 육성을 함께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네트워크 구축과 새활용 소재 찾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전주 늘미곡, 전주 제비마트, 완주 담아가게, 익산 게스트 지구인, 남원 비니루 없는 점빵, 군산 자주적 관람 등 전북지역 제로웨이스트 6개 업체 네트워크를 구성해 새활용 문화 확산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들깻묵 부산물을 활용해 생활 소품을 제작하는 지역 업체 조아지구와 교류해 특색 있는 새활용 방식을 제안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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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주시새활용센터 입주기업인 (주)다시쓰임 김애란 대표가 버려지는 천을 활용한 페브릭 제품을 만들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주시새활용센터 이은주 센터장 미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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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새활용센터 이은주 센터장

전주시새활용센터 이은주 센터장은 지난 추석 때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어쩌면 올해 추석이 가장 시원한 추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이 센터장은 문자를 받고 철렁하며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고백했다. 더는 지금보다 나아진 세상을 꿈꾸며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표 온도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여름철 강수량이 늘고, 벚꽃 개화 시기가 들쑥날쑥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때문에 기후감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이상기후를 넘어 기후재난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질 만큼 이상 기후 현상으로 평범한 일상이 크게 위협받고 있어요. 단순히 폭우와 폭설, 폭염 등에 따른 피해를 넘어서 기후 변화로 생겨난 인플레이션 심화까지 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이제는 많은 분들이 체감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후감수성이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기후감수성은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소비와 비즈니스 공공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공공의 모든 영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감수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2025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쓰고 버린 현수막과 배너, 포스터 등을 폐기하지 않고 생활 소품 등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전주시와 논의 중에 있다. 

그는 “자원순환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앞으로는 새활용이 자원순환 영역에서 최종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위기가 화두인 오늘날 사회에서 함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많은 이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센터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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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기후감수성 #기후천사 #전주새활용센터 다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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