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김제시 50만원·정읍시 30만원 등 시군별 지원금 '각양각색'
전주시 등은 재정난에 '난색'...전북자치도 14개 시군 교부세 3000억 감소
정부 반대에 국비 지원 미지수, 일회성 지원 탓에 실질적 효과 미비 지적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일부 시군이 설 명절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행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해 소비침체와 전국대비 가장 낮은 인건비로 고통받았던 도민들은 지원금을 기대하고 있지만, 도내 자치단체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제시는 설 명절 이전에 시민 1인당 50만 원, 총 404억 5000만 원 규모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행정경비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마련된다.
또 정읍시는 1인당 30만 원, 총 31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남원시는 전 시민에게 3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22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완주군도 재정안정화를 통한 300억 원 규모 예산으로 모든 군민에게 30만 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반면 전주시는 인구가 전북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고, 각종 대형 사업과 복지예산 부담으로 인해 지원금 지급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코로나19 당시 1인당 10만 원 지급에도 630억 원이 소요됐는데, 현재 재정 상황은 그보다 더 악화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인구 25만 명 이상인 군산시와 익산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의 지원금 지급 여부는 안갯속이다.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올해 전북자치도와 14개 시군의 교부세 감소액만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자치도의 경우 도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위해 정부에 4300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이 지원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을 1호 공약으로 삼고 있지만, 정부의 부정적인 기조가 지속되면서다. 최상목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민생지원금 지급은 임시방편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코로나19 당시 김제시가 전 시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했을 때 지역 내 물가가 오르고 생필품보다 고가의 가전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물가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https://www.kdi.re.kr/research/reportView?&pub_no=16851)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대된 카드매출액은 정부가 투입한 예산 14조원의 20∼30% 수준인 총 4조원 규모에 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재정 지원은 결국 예산부담이 되고 지자체 부담이 커질 경우 그 부담은 지역민에게 돌아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민생을 위한 지원으로 보일지라도, 지속적으로 과부하가 걸린 재정으로 인해 결국 지역민이 더 큰 세금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민생회복지원금은 행정이 최악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결국 최종적으론 국민이 부담을 지는 구조다. 민생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깊은 논의와 재정적 대안 마련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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