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광지는 단순히 작가의 유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작가의 삶과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적 메시지를 체험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그중에서도 전북도내 문학관들은 여전히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르며 지속가능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의 문학관광지는 콘텐츠 부족과 운영 미비 문제가 두드러진다. 타 지역에 뒤처지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는 문학관광지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과 연계된 스토리텔링과 체험 프로그램 확대, 안내 서비스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윤경 성결대학교 교수는 “관광객이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형 활동을 통해 문학관광지에 대한 애착을 느낄 때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더욱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연구학회는 2023년 발표한 연구 ‘문학관광지의 매력성과 장소 애착, 사회문화 지속가능성 간의 구조적 관계’에서 “문학관광은 지역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독특한 관광 형태로, 몰입도와 충성도가 높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체험형 프로그램과 전문성을 갖춘 안내서비스를 통해 장소 애착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학관광의 성공 열쇠 중 하나는 대중매체와의 연계를 통해 관광지의 인지도를 높이고 방문객의 몰입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동의 최참판댁은 2005년 방영된 드라마 토지의 성공 이후 드라마 촬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50여 편 이상의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며 연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남원의 혼불문학관도 문학관 자체보다 인근에 위치한 구 서도역이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으면서 SNS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은 단순한 문학 기념 공간을 넘어, 드라마 팬과 문학 애호가를 동시에 사로잡는 복합적 매력을 발휘하며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문학관광지가 단순히 전시공간에 머물지 않고, 대중매체를 활용해 작가와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전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세계적으로도 문학관광지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공간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생가는 작품의 주제와 시대적 배경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매년 다양한 문학 축제와 공연이 열리며, 방문객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 기념관도 작가의 창작 환경을 재현하고, 테마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문학과 관광의 융합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관광지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문학적 가치를 융합한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키는 취지다.
한국문학관협회 관계자는 “국내 문학관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단순한 기록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와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 문제와 기획력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역 고유의 문학적 자원을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면 문학관광지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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