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시선으로 일상의 소소한 장면 은유적으로 풀어내
유머와 해학성 엿볼 수 있는 詩 80여 편 수록
선한 눈길과 맑은 언어로 독자들과 호흡하는 김석천 시인의 신작 시집 <궁금증>(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풍경 속에서 기꺼이 머물며 작고 미약한 존재들의 생활과 감정을 촘촘히 기록해나간다.
담백한 시선은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은유적으로 풀어내어 일상 너머로 향하는 길을 열어젖히고, 범상한 매일에서 다른 차원의 정경을 발견해낸다.
“잎이 피기도 전에/꽃이 먼저 만발했다//겨우내/뿌리들이 온 힘을 다해/영양과 수분을 밀어 올리고/잎들이 봄을 양보하지 않았다면/저토록 아름다운 벚꽃을/연출해 낼 수 있을까//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뿌리와 잎이다”(‘벚꽃’ 전문)
김석천의 시에는 고독과 슬픔이 드리워진 순간들이 담겨있다.
세상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기 쉬운 존재들에게 애틋한 마음으로 연민과 공감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다.
시인의 그런 눈길은 주변의 자연환경, 사물과 상황 등으로 이어진다.
어지러운 세상 속 뭇 존재들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들을 만나다보면 한편의 시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예민한 기척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시인의 유머와 해학성을 엿볼 수 있는 시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모두 평등해서 좋다//모처럼/거추장스런 형식과 예의를/활활 벗어 던지고 나니/홀가분하다”(‘목욕탕에서’)에는 시인의 너스레가 담겨 있어 피식 웃음 짓게 만든다. 또 “신호등이 많다고/짜증내지 마라//( 중략 ) //위반하고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참는다”(‘신호등’)에는 왠지 모를 공감을 자아내 시집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평범한 상황과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80여 편의 시를 통해 따스한 기운과 뭉클한 감동을 전달한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미수(米壽) 기념으로 엮어낸 세 번째 시집”이라고 소개하며 “이번에는 뒤 작품 해설도 입히지 않고 그냥 알몸으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1939년 익산에서 태어나 남성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63년 서라벌 예술대학(현재는 중앙대학교에 통합 편입됨)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으며, 2003년 이리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시집으로 <세상 뱃속에 있다가>와 <시의 유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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