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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광주를 걷다”⋯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현장을 찾아서

광주전남기자협회 주관으로 3일간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역사기행
국립 5·18 민주묘지와 주요 사적지 답사하며 민주주의의 뿌리를 되새겨

광주는 늘 멀리 있었다. 책 속에서, 교과서의 한 구절에서, 뉴스 화면 너머에서 1980년 5월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날, 흐린 하늘 아래 광주 땅을 직접 밟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이곳의 시간은 단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오늘을 울리고 있다는 것을.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직접 그 현장을 찾고 나니, 그날의 광주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광역시(당시 광주직할시)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항쟁이다. 시민들은 계엄령 해제, 전두환 군부 퇴진, 자유와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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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025 전국 기자 초청 5·18 역사 기행’에 참여한 전국 언론인 20여 명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기념재단의 김용철 오월지기의 해설을 듣고 있다. 전현아 기자.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주관한 ‘2025 전국 기자 초청 5·18 역사 기행’에 참여해 지난 15일 하루 동안 광주의 주요 사적지를 둘러보았다. 첫 일정은 오전 9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로 시작됐다. 빗줄기 속에 울려 퍼진 ‘님을 위한 행진곡’은 가슴 깊숙한 곳을 울렸다. 비가 내렸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그 속에서도 참배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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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학 열사의 묘. 전현아 기자.

묘역 한가운데, ‘고교생 시민군’ 문재학 열사와 친구 안종필 군의 묘 앞에 섰을 땐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소년이 온다> 속 소년은 실제로 존재했고, 꽃도 피우기 전에 스러졌다. 이름 모를 열사들과 더불어, 어린 희생자들의 묘도 줄지어 있었다. 어떤 묘비에는 ‘비상계엄령’이 무엇인지도 모를 아이의 이름이 남겨져 있었다. 마음이 내려앉았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 땅의 자유를 위해 그렇게 떠났다는 사실이, 그제야 피부에 와닿았다.

참배를 마친 뒤, 전남대학교로 향했다. 오늘의 전남대는 여느 캠퍼스처럼 평화로웠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걷고, 벤치에 앉아 웃고 떠드는 모습은 일상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날 해설을 맡은 5·18기념재단의 김용철 오월지기는 이렇게 말했다.

“전남대 곳곳이 당시 항쟁의 현장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의 젊은이들은 총칼에 맞섰고, 거리로 나섰으며, 때로는 숨죽이며 도망쳐야 했다.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지 않던 그 풍경 속에서, 오히려 과거의 시간이 더욱 또렷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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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245에 남아있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 전현아 기자.

마지막 일정은 전일빌딩245. 시민군의 주요 거점이자, 지금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은 공간이다. 벽과 천장 곳곳에 박힌 총탄 자국은 그 자체로 역사의 증언이었다. 해설이 없어도, 설명이 따로 필요 없어도, 콘크리트를 뚫고 남겨진 탄흔은 1980년 5월의 광주가 단순한 슬픔의 공간이 아니라, 치열했던 저항의 장소였음을 말해주었다.

짧은 하루였지만 그 울림은 오래 남는다. 타지역 출신 기자로서 처음 마주한 광주의 5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지킨 누군가들의 용기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절감한 하루였다. 기억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광주는 광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날의 시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내일을 살아갈 이들의 유산이다.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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