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매년 파업 엄포…지자체 수천 억 보조금 지급에도 협상 권한 없어
버스도 필수 공익사업 지정 필요 목소리 높아, 전문가 "지자체 대책 필요"
전북도민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가 매년 노조와 사측의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볼모 신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자체들은 수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협상 참여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방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지자체의 대책 또한 빈약해 이 상태로는 도민들의 피해가 매년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내·시외·농어촌 버스업체 노사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임금 약 10% 인상에 합의했다.
노조는 협상 결렬 시 이날 오전 4시께 첫 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었다. 이후 협상 시작 18시간 45분 만에 사측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파업은 철회됐다. 다만 양측은 2026년도까지 임금을 동결하기로 약속했다.
도내에서 버스 파업을 볼모로 한 임·단협은 매년 반복된다. 지난해 3월에도 전주시의 시내버스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2022년, 2023년 등 매년 도내 버스노조 측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임·단협을 진행했다. 도내 임·단협들은 대부분 임금 인상이 받아들여졌고, 이후 파업이 철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버스 친절도 향상, 안전성 증가 등 도민들이 버스에 요구하는 조항들이 삽입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도내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그동안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지자체가 연간 도내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총 1000억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어촌 버스의 경우 손실액 100%가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에서 도내 지자체 공무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였다. 회의장에 참석도 하지 못한 채 문 밖에서 밤새 사측과 노조의 협상 결과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임금 인상으로 도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은 35억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주지만 오히려 을이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이 전국에서 반복되면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에 버스 또한 필수 공익사업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냈다. 필수 공익사업으로 선정되면 임·단협으로 인한 파업이 진행돼도 70% 이상 운행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국 11개 지자체가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고, 다수의 지자체가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버스도 철도와 마찬가지로 많은 공공재원을 들여 대중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필수 공익사업으로 지정해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고용부는 △철도에 비해 대체 이동수단이 많다 △지역 내 다수 운수회사가 존재해 독과점성이 크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 필수공익사업 범위 불충족 등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전북대 도시공학과 장태연 교수는 “타 지역의 경우 버스 한 대를 하루에 운영하는데 70만원대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전주는 85만원 가까이 비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 행정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손 벗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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