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3년째에도 블록 제작 수준…근본 해법은 올해도 안갯속
도·군산시 “지원 마무리 시점, 비전 제시 필요” 현대중공업에 요구
현대중공업 “노조·시황 불확실성 탓”…현대미포 통합·MRO는 변수
군산조선소의 정상화 길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북특별자치도·군산시·현대중공업이 24일 올해 마지막 TF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신조(新造) 물량 확보와 특수목적선 단지 조성 등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재가동 3년째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블록 제작에 머무르고 있는 군산조선소가 현대중공업의 유보적인 태도 속에 또다시 ‘희망 고문’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도청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도약 TF 5차 회의’에는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생산 블록 및 신조 물량 확보 △특화사업 발굴 △정주 여건 개선 등을 논의했다.
도와 군산시는 간담회 자리에서 올해가 국비·지방비 지원 3년 사업의 마지막 해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조선소의 미래 비전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현대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도는 지난 2022년부터 고용지원, 인력 양성, 해상운송 물류비 등 5개 사업에 국비 43억 원과 지방비 385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 노조 반발과 조선 시황 불확실성을 이유로 “빠른 시일 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에 물량을 배정할 경우 울산과의 ‘제로섬 게임’으로 비칠 수 있어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됐다가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산한 것은 컨테이너선 블록 등 단순 작업이 대부분이다. 최근 LNG선 블록과 LPG선 탱크 제작으로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본격적인 신조와는 거리가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산조선소가 선박 신조에 나서야만 고용 확대와 협력사 성장, 기술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MRO(유지·보수)는 단기적 보완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신조 물량 확보가 핵심이라는 인식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특수목적선 단지 조성과 같은 ‘투트랙 전략’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통합 역시 군산 물량 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도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그룹 차원의 생산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군산조선소가 일정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대중공업의 미국 조선소 인수설도 군산을 MRO 전진기지로 활용할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 관계자는 “올해가 지원사업 마지막 해인 만큼, 더 이상 희망고문이 아닌 구체적인 비전을 현대중공업이 서둘러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군산시와 협력해 빠른 시일 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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