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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회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 (상) '평등의 역설' 문제

인구만 따지면 농촌지역 정치적 대표성 침해 우려
“헌재 결정 헌법적 이상 맞지만, 지역 현실과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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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속보= 헌법재판소가 지난주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장수군 도의원 지역구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은 우리 사회가 정치적 ‘평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다시 묻고 있다.

평등이란 단지 인구비례의 숫자 맞춤이 아닌 삶의 균형을 지향해야 하지만, 헌재 결정대로 농촌의 한 표가 도심의 한 표와 같은 가치를 갖고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의원 수마저 줄어든다면, '평등의 역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지방소멸위기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화두들이 거론되고 있는 현재, 두 차례에 걸쳐 헌재 결정의 주요 내용과 파장, 국회 및 지방의회 등이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3일 내린 결정이 전북을 비롯한 인구수가 적은 전국의 농어촌 지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헌재는 전북특별자치도 도의회 선거구 중 장수군 선거구가 유권자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의 핵심은 ‘투표가치의 평등’이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장수군 선거구의 인구는 2만 1756명으로, 전북도의회 평균 선거구 인구인 약 4만 9765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헌재는 “인구가 5만 명 미만인 자치군이라 하더라도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벗어나면 헌법상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국회에는 내년 제9회 동시지방선거 전인 2월 19일까지 법률 개정 명령이 내려졌다.

이 결정은 헌법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농촌 대표성의 축소라는 ‘평등의 역설’이 자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수군뿐 아니라 올해 8월 기준 무주군(2만 2840명), 진안군(2만 4198명), 임실군(2만 5291명), 순창군(2만 6746명) 등도 비슷한 인구 규모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현황)

인구감소가 구조화된 현실에서 인구비례만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군 단위 지역의 정치적 존재감은 자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구편차가 3대1을 넘어서면 헌법상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방의 현실은 단순한 인구수로 환산하기 어렵다. 

한국국토정보공사 도시계획 현황에 따르면 장수군의 행정구역 면적은 533㎢로 전주시(205㎢)보다 두 배 이상 넓고 생활권은 넓으며 행정 수요도 많다. 그럼에도 단순 인구 기준이 적용되면 지역 대표권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 정치학자와 법학자들은 “투표 가치의 평등만을 기준으로 하면 지역 간 정치적 균형은 무너진다”며 “지방소멸 시대에는 헌법적 평등의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평등권의 원칙이 농촌의 정치 대표성을 침해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헌재의 결정이 헌법적 이상은 맞지만, 지역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 한 도의원은 “농촌이 소멸하는 것은 단순히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헌법의 평등이 현실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결정은 헌법의 법리주의라는 이상과 지역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라 부를만한데, 한 표의 가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을 되새겼지만, 그 결과로 농촌이 더 주변화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남기고 있다.  평등의 이름으로 지역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는 역설이 지역 앞에 놓인 것이다.

백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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