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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 도전엔 과감’ 익산농협 꾸준한 성장세 이끌고 있는 김병옥 조합장

조합원 벼 전량 수매 원칙 세우고 매년 RPC 현장에서 작업반장 자처 구슬땀
국내 선풍적 인기 힘입어 해외 진출한 생크림 찹쌀떡 이어 명품 고추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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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 익산농협 조합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품 고추장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익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서도 6500여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 한 달여간 한창 진행된 추곡수매가 마무리됐다.

연일 분주했던 현장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바로 김병옥 조합장이다.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혹여 작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조합원들이 수확한 벼는 전량 수매한다는 방침을 세운 그는, 매년 추곡수매 현장에서 작업반장을 자처하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조합원 소득 증대가 조합의 존재 이유라는 평소 그의 신조에 기인한다.

지난 2015년 취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1년째 현장에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익산농협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들어 봤다.

 

△올해 추곡수매가 마무리됐습니다. 작황은 어떤가요?

“올해는 전반적으로 날씨가 좋고 병해충이나 기타 피해도 특별히 없어 수확기 이전에는 대풍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매가 시작되고 보니 연일 계속되는 가을장마에 걱정이 많았지요. 그래도 작황은 평년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으로 보여 조합원님들의 발걸음이 조금 가볍게 느껴집니다.”

 

△매년 현장 작업반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처음 조합장으로 취임한 게 2015년이었습니다. 그해 처음 RPC(미곡처리장)에 가봤는데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이 조합원 명의를 빌려 수매하거나 외지에서 대량으로 들어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조합원님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현장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농사를 짓는 조합원님들을 현장에서 만나 뵈며 상황을 파악했고, 한 2~3년 지나니까 누가 어느 지역에서 몇 필지 경작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수매기간에는 RPC에서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조합원님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어느덧 취임한지 11년이 지났습니다. 해가 갈수록 익산농협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요.

“익산농협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함께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합장으로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든든한 그늘이 돼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업무 추진에 있어서 힘을 실어주고, 방향이 조금 잘못됐을 땐 바로잡아주고 잘하는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하면서 조합원님들과 농협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이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1년간 이런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일은 추진해 온 것, 그것이 성장의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시중은행은 수익이 나지 않으며 철수하지만 저는 ‘농협은 고객 가까이서 소통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큰 점포보다는 주거 밀집지역에 작은 점포 여러 개로 고객 가까이에서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에 목표를 뒀고 그 과정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무려 점포는 9개가 늘었지만 직원 수는 단 6명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두세 명 하던 일을 이제는 혼자 맡는 경우도 많지만 현재 현장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좋습니다.”

 

△다른 농협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떡방앗간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결국 조합원의 소득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는 취임 초기부터 줄곧, 우리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바로 가공사업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농협의 금융사업은 이미 하향세였고 우리나라도 곧 비슷한 흐름을 겪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익산농협 떡방앗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초기에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다른 농협 사례를 보면 대규모 보조금으로 큰 공장을 지었다가 리스크 때문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게 70평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았고 천안, 부산, 서울 등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익혀와 다양한 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재료, 정확한 레시피, 그리고 정직한 생산 방식 덕분에 고객들에게 점점 인기를 얻었고, 다양한 신제품도 개발하게 됐습니다.”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생크림 찹쌀떡이 이제 해외시장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번 미국 수출을 앞두고 사실 걱정도 많았습니다. 요즘 ‘K-한류’라는 말은 많이들 하지만, ‘K-푸드’가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떡이라는 음식이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다 보니, 과연 어떤 반응이 올지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출해 보니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1차 수출에 이어 2차 수출은 무려 7배 이상 증가한 물량이었습니다. 꾸준한 상품 개발로 지금까지 총 12종의 생크림 찹쌀떡이 출시됐고, 앞으로는 떡방앗간 2공장을 열어 잠시 중단됐던 쑥찹쌀떡, 떡국떡, 오색가래떡 등을 다시 생산·판매해 익산농협이 ‘전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떡 생산 농협’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추장 가공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농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공사업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생크림 찹쌀떡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한 품목이 바로 고추장입니다. 요즘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을 보면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그 깊은 맛, 맵고 짜지 않은 토종 고추장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협은 그 시절의 고추장 맛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엿기름으로 조청을 직접 내고, 콩을 찧어 메주를 띄우고, 고춧가루 함량을 기존 시판 고추장보다 몇 배로 올려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명품 고추장’은 백화점, 팝업스토어, 수출 등 고급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전국을 강타한 생크림 찹쌀떡에 이어 ‘명품 고추장’도 제2의 성공 신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익산시민, 전북특별자치도민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수매할 때마다 조합원님들의 얼굴을 직접 뵙고 인사드리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농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필까?’ 늘 고민합니다. 그 답은 결국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생크림 찹쌀떡과 명품 고추장 같은 가공사업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조합원님들께 돌려드릴 수 있는 농협이 되겠습니다. 저는 익산농협이 대전의 ‘성심당’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익산과 전북 전체가 활력을 얻어 발전할 수 있는 구심점을 익산농협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2025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근심 걱정 없는 행복한 일상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익산농협은 앞으로도 정직하고 투명하게, 조합원님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담=엄철호 기자/정리=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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