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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기사

[줌] 책 읽는 시인 정재영, 제11대 전주문인협회 이끈다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정재영, 최근 전주문인협회장 당선
내년 1월부터 3년간 ‘전주문협’이끌며 지역 문학 새길 열어
정 시인 “문인들과 문학이 지역에서 견고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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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시인/사진=독자 제공 

 

시인 정재영(62) 옆에는 늘 책이 있었다. 그 자리에 경전이 있었다면 경전을, 법전이 있었다면 법전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삶의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책을 읽었다. 인간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그에게 글을 읽고 쓰는 행위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1993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후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다>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 등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 온 그가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으로 당선됐다. 국제펜클럽 전북위원회 부회장,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 지역 문단에서 여러 중책을 맡아 활동해 온 만큼 향후 3년간 전주문인협회를 이끌 시인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정 시인은 “무투표로 당선됐다”며 자신을 낮췄지만, 사실 그는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교사와 시인이라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소화해 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했던 그를 지난달 31일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시인에게 시는 설렘이었다고 했다. “너는 알고 있었지/내가 너를 얼마나/사랑하고 있는지/담이 무너지도록/기대고 또 쳐다보던/달빛 눈망울”이라며 ‘담(2023)’아래 웅크리고 있다가 “단단한 열매가/다시 꽃이 되어/필 줄 알면서도/그대를 온몸으로 지웠다 하네”라며 열병을 앓는 이의 마음까지 ‘꽃이 죽는다고(2023)’로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전주가 예향의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봉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문인들과 문학이 지역에서 견고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전주문인협회를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덕진공원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옮겨놓은 ‘시비(詩碑)’관련 사안부터 문예진흥 기금 확보를 통한 수익 구조 창출, 예술인 창작 공간 확보 및 제공, 젊은 예술인 육성 방안 마련 등을 중심으로 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책을 지독하게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시상을 메모하고 시로 옮겨 적는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글로 성장해 온 시인은 내년 1월부터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국어교사에서 시인으로, 다시 문인협회장으로 인생의 새로운 시즌을 맞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제 옆에 있을 거에요."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는 그가 있기에 전주문인협회의 미래가 기대됐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말에 진심을 담기 위해 기자의 눈을 마주 보고 또박또박 천천히 대답하는 모습에서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꾸려나갈 전주문인협회가 더욱 따뜻할 것이라는 믿음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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