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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

김연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

경주 APEC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천년고도 경주의 매력을 세계에 알렸다는 평이 자자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천마총 금관 모형과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황남빵도 이목을 끌었다.‘황남빵’과‘금관’이 경주의‘황금기’를 이끌 거라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질세라 부산과 경남, 전남이 손잡고‘2040 엑스포’유치에 합의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전북의 현실을 떠올린다. 샘도 나고 부럽기도 하다. 경주는 과거 수학여행 도시로 명성을 얻었지만, 보문단지의 쇠퇴와 수학여행 트렌드 변화로 숙박업 등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단숨에 국제도시로 거듭났다.

국제행사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여수가 엑스포 개최 이후 지속 가능한 여행도시로 떠오르고, 순천이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도시로 자리 잡은 것처럼, 국제행사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전북은 어떠한가? 1997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로 전주~무주 간 도로가 새로 뚫리고 빙상경기장 등이 생겼지만, 최근 수십 년간 그에 버금가는 국제대회 유치는 없었다. 혹자들은 말한다. 전북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대회를 치를 역량이 안된다고. 그러나 그 어떤 도시도 완벽한 상태에서 대회를 유치한 적은 없다. 경주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외신들은 무수히 지적을 쏟아냈다. 경주가 문화유산은 많지만, 주요 국가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 등을 맞이하기에는 숙소나 교통시설 등이 부족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노골적으로 ‘한국의 개최 불안 : 유서 깊지만 호텔이 부족한 도시’라는 제목하에 “K팝의 발상지인 한국은 경주에서 그 문화의 뿌리를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경주로 향하는 상당수가 처음 갖는 의문은 ‘어떻게 가지? 어디서 묵지?’였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공항도 없고, 국립경주박물관에 새로 건립한 만찬 장소용 건물은 화장실·조리시설 부족 등으로 ‘용도 부적합’판정을 받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끝냈다. 국제행사는 지자체가 치르는 것이 아니다. 경주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치르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머리를 맞대면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 우리 정부는 경주 APEC을 통해 훌륭한 운영 능력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다. 이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전주올림픽 유치에 박차를 가해보자. 그간‘전북이 무슨 능력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냐? 설사 유치한들 제대로 치러내기나 하겠느냐?’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이제는 제발 한목소리를 내보자. 올림픽은 화합과 단결을 상징하는 모두의 축제인데, 유치 단계부터 부정적이고 분열된 목소리를 낸다면 어떻게 성공하겠는가. 올림픽 유치 활동에 흠집을 내는 말들을 들어보면 “우리에게는 꿈도 희망도 필요 없으니 계속해서 이렇게 변방에 머무르자.”는 말처럼 들린다.

올림픽은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가장 위대한 국제행사다. 올림픽이라는 희망을 부정하면서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것은 희망을 버리자는 말과 다름없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2036년까지는 앞으로 11년이 남아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자. ‘경제력 꼴찌, 인구 소멸’을 눈앞에 둔 전북이 다시 일어설 방도를 찾아야 한다. 어느 지도자 한 사람이 우리 지역을 구해주지 않는다. 함께 일어설 마음을 가져야 한다. 냉소는 희망을 갉아먹는 가장 좋지 않은 태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일어서고자 하는 마음이다. 2036년 어느 맑은 날, 피부색이 다른 세계의 선수들이 왕궁리 5층석탑을 돌며 강강수월래를 하고, 판소리 가락을 들으며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을 나눠 먹는 상상을 해본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김연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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