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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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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갈대 줄기에 불씨를 숨겨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였지요.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혔지요. 불은 신의 권위이자 통제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프로메테우스, 인간에겐 따뜻함이었고 올림포스 신들에게는 분노였답니다.

지금은 손끝 하나로 일어나는 불, 처음엔 벼락과 화산으로 왔겠지요. 인간은 그 불로 쇠를 녹였으며 어둠을 몰아냈습니다. 오랜 두려움을 떨치고 안녕했으며 여러 문명을 지었습니다. 그런 불이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려 견딜 수 없게 하고 멀어지면 추위로 힘든, ‘호저의 딜레마’ 속에 우리를 밀어 넣기도 합니다. 불은 또 각각 이기도 하지요. 음식을 접시에 담아 먹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행여 식을세라 밥사발도 국대접도 오목합니다. 우리의 속정이 따뜻한 까닭인지 모릅니다.

어둠 속 모닥불이 타네요. 가까이도 말고 멀지도 말고, 따로 또 모여야 세상도 사람도 따뜻해집니다. 네, 우리 마음속 정도 사랑도 다 불인 것이지요. 그러니 사그라들기 전에 풀무질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도 그대도 오래 따뜻하겠지요.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박인희, <모닥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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