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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두려움이 지루해질 때까지 숨을 불어 넣기

한준 작가·독립큐레이터 

매일 모르는 일들이 생긴다.

나름 작가와 독립큐레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많은 작품들을 제작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당연한 것들은 없고 매번 새롭고 낯선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조금 익숙하고 뭔가 아는 것들이 많아질 법도 한데 아직도 매번 막막하다. 이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을 만도 하지 않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모르는 것들을 유독 꺼려 했다. 게임도 매일 똑같은 과제를 해야 하는 게임, 친구도 매일 같은 친구를 만나 노는 걸 좋아했고, 여행도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학년이 올라 반이 바뀌게 될 때마다 초조해지고, 학교를 넘어갈 때마다 두려웠다.

어릴 때 쓱 지나가는 여드름같이, 다들 나이가 들면 무뎌지면서 해결이 된다고 했지만, 해결은 되지 않았고 아직도 낯선 것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저씨로 지내고 있다.

왠지 내가 모르는 일들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아 영원히 도망 다녀봤지만, 막상 내가 알아야 할 순간에 모르는 것만큼 속이 터지는 일도 없었다.

이제는 낯섦을 마주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이 불안들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지금은 깜짝깜짝 놀라는 낯선 일들이 당연스럽고 쉬운, 지루한 일이 되어 있을까?

이제는 매일 모르는 일이 계속 생겨나는 시대가 됐다. 시대가 변화하는 속도가 사람이 적응하는 속도를 초월해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청년이라고 하면 동시대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시대를 이끄는 것처럼 기대되지만, 기성세대들이 기존에 쌓아 놓았던 지난 삶들과 너무나 다른 새로운 시대에 낯설어한다면, 청년들은 지난 삶이라고 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매일 모르는 시대에 실시간으로 적응해야 한다. 모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려 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막상 대책 없이 무작정 달려들 수는 없다. 언제나 내가 모르는 것들이 있고, 섣불리 결정했다가 수습되지 않는 큰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고민하고 깊게 생각했을 때에 훨씬 더 좋은 답안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

어떻게 알 수 있고, 모르는 것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퓌론주의(Pyrrhonism)의 판단 유보는 아직은 내가 어떤 것도 알기 어렵다는 것을 갖고 정신적 평정을 유지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고, 현상학적인 에포케(epoché)는 당장 그 현상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만을 대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닐 수도 있다)

당장 답을 내리지 못하고 모르는 둘 다, 정말로 무언가를 ‘알 수 있다’ 라는 입장은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것도 알기 힘들거나 선입견에 싸여있다고 해도 ‘알 수 있다’ 라는 것, 알고자 하는 의지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낯선 것들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모르는 것들을 명료히 알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그동안 ‘모르는 것’을 두렵게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명쾌하게 알 수 있을까? 시작이 두렵지 않은 날이 다가올 수 있을까?

모르는 일에 놀라지 않아도 되는, 지루할 수 있는 나날이 오기를 바란다.

 

△한준 작가·독립큐레이터는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기획, 도슨트, 예술교육, 프로젝트 등 전시 컨텐츠 전반을 다루는 독립큐레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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