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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강현욱후보에 보내는 苦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시작된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강현욱후보에게 신승(辛勝)을 안기며 ‘형님 먼저’로 막을 내렸다. 35표 차이라는 박빙의 경선결과를 정세균의원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며칠 전 일부 언론의 ‘비자금 관리 의혹’ 기사만 보도되지 않았던들, 일부 지역에서 드러난 것처럼 돈을 좀 더 썼던들, 투표일이 일주일만 더 길었던들 등등의 별의별 생각이 다 들 수도 있다. 차라리 3백50표 차이였다면 덜 서운했을 것을 왜 하필 35표 차이란 말인가. ‘어떻게’의 방법론 제시해야세간의 이목은 이제 강현욱 당선자에게 모아지고 있다. 이미 검증받았다고 자평한 그는 말했다. “상처 나서 갈갈이 찢긴 도민 자존심을 깨끗이 치유하고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날을 열어 가겠다” “우리 후손들이 ‘내 고향은 전북이오’하고 전북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겠다” 대단한 의욕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다짐인 것 만큼은 분명하고 그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후한 것 같다. 문제는 ‘어떻게’의 방법론이다. 의욕이나 열정, 자신의 ‘브랜드’만 갖고 ‘상처 나고 갈갈이 찢긴 도민 자존심’을 치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후손들이 전북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은 임기 4년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민주당 경선은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그런 약속들은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6.13 본선 게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돼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 전북을 잘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강현욱의원 자신의 말대로 ‘초보 의사가 아닌 능력과 경험있는 의사’라면 수술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상 정도는 밝혀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역량을 갖춘 인사라 할지라도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 각계에 보낸 이메일 서신에서 그는 “정세균의원과 하나가 되고, 당원들이 하나가 되고, 도민들이 하나가 되어 위대한 전북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언급한 대상의 씨줄과 날줄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 낼 것인지 방법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다른 또 하나는 외적 환경과의 협력관계다. 강현욱 정세균 두 후보는 전북일보 초청 토론회에서 전임 지사에 대한 단점을 묻는 질문에 ‘도민 여론 수렴을 소홀히 했다’ ‘도의회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의 협력이 원활치 못했다’ ‘시민단체와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북을 이끌겠다고 나선 예비지도자는 이런 지적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같은 지적에다 굳이 하나를 덧씌운다면 사조직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조직을 활용하라는 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적인 인연에 의한 폐단은 도정과 청와대의 예에서 우리는 그 심각성을 보아왔다. 공조직의 형해화와 의사결정의 왜곡, 생산성 저하, 조직내 위화감 조장 등 역기능이 많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캠프사람들 또는 비선에서 움직인 많은 사람들이 우쭐대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흔적들이 비친다면 이 역시 강현욱후보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강현욱의원이 과거 명지사를 했다고는 하나 당시 환경은 관선시절이기 때문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정치력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그의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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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5.13 23:02

[데스크창] 전주와 게임엑스포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 21세기에 게임은 문화의 꽃이라 불린다. 게임은 영상과 음향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어 디지털 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문화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게임을 말하고자 한다. 전주는 지방에서 최초로 게임을 특화해 게임엑스포를 개최했을 정도니 전주에서 게임을 논할 자격은 갖췄다. 서울에서도 잘 안되는데 과연 전주에서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전주에 게임 제작의 공장격인 멀티미디어기술지원센터까지 설치됐으니 외견상으로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 게임엑스포를 치르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그러나 올해 3회째가 될 전주컴퓨터게임엑스포가 제대로 열릴지 걱정이다.오는 11월1일부터 3일까지 전주화산체육관에서 개최하는 것까지만 확정됐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세부적인 행사 계획을 세우는 등 일을 중추적으로 추진해야 할 조직위원회 사무국 자체가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소양이 전혀 없는 현 사무국 체제로는 행사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무국장도 행사를 치르기 위한 비상근 자리로 몇개월 근무가 고작이고, 상근 사무직원 2명은 퇴직 공무원으로 비전문가다. 이들 사무직원과 사무국장 등에 나가는 인건비만 연 8천만원에 이른다. 게임엑스포 홈페이지(www.ccge.or.kr) 조차 지난 2회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2001년에서 시간이 멈춘 것이다. 지역 게임업체나 게임 관련 정보들은 아예 올려져 있지도 않다. 매년 5억원 이상을 들여 치르고 그것도 1회때는 명색이 ‘국제대회’라는 타이틀까지 지녔던 게임엑스포는 결국 3회때도 임기응변식 행사가 될 확률이 높다.게임엑스포2001은 타 지역 사람들 상당수가 엑스포를 관람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주에 게임전문 문화행사가 자리 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기술세미나, 게임공모전 등 게임산업 육성차원에서 전개했던 행사의 참여도가 저조해 전북지역 게임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흔적을 찾아내기 어렵다. 여기에는 우리지역의 게임업체가 16개사로 전국대비 1%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상품화된 제품을 가진 업체는 3개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역 게임산업 현실도 강하게 작용한다. 게임엑스포2002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열악한 지역 게임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행사가 돼야 하며, 지역주민에게 게임문화를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행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사 추진 주체의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이들과 지역의 게임개발 업체간에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보완적인 행사를 도출해내야 한다. 또한 규모 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큰 전시관을 보여주기 보다는 참여하는 지역업체를 지원하고 참관객에게 제대로 된 볼거리를 보여주는 행사 아이템을 발굴, 개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도민의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의 장이 돼야 한다. 대부분의 자원과 정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게임엑스포를 통해 도민이 게임이나 최신 영상문화를 접하고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갖게 돼 이를 산업에 까지 이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로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게임엑스포는 게임산업 발전과 지역민의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의 장으로 거듭 날 수 있게 될 것이며, 게임전문 문화행사로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허명숙 (본보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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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명숙
  • 2002.05.11 23:02

[데스크창] 전화 한통화 편지 한통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동서고금을 통해 다를 바가 없다.이웃 일본에도 스승의 사기를 올리고 위로하기 위한 스승의 날이 있다. 우리 보다 이틀 뒤인 5월 17일이 바로 그날이다. 그러나 일본의 스승과 학생, 학교가 맞는 스승의 날은 사뭇 우리와 다르다.우리는 5월이 오면 어린이 날 , 어버이 날에 이어 스승의 날을 3대 명절이나 되는 만큼 챙기기 요란하다.반면 일본의 학교 주변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스승의 날이 조용히 지나간다.우리처럼 갖가지 부작용 때문에 이날을 공휴일로 보내느니 마느니 논란도 없다. 지역적으로나 학교 별로 특별한 기념 행사도 치루지 않는다. 수업은 평상시처럼 착실히 진행된다.특이한 일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촌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사뭇 다른 관점이다.행여 촌지를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 준다면 얼마나 줘야 하나 고민하는 학부모.또 이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정중히 거절해야 하나 본의 아닌 갈등을 겪어야 하는 교사. 모두가 한국적 특유의 현상이다. 일본인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관점에서는 정말 우습다.이 나라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책상에 선물과 편지가 수북히 쌓이는 교사가 가장 자랑스럽다. 때론 학교로 찾아오는 학부모와 제자가 그들을 즐겁게 한다. 오히려 별 볼일 없이 이날을 지나치는 교사는 수치로 여긴다. 그만큼 교육 수요자로부터 인기가 없었고 참스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 사회에서 교사들에 건네는게 우리처럼 수표와 상품권이 오가는 굵직한 촌지가 아니다. 내 자식을 잘 봐달라는 대가성 뇌물은 더 더욱 아니다.그저 마음의 정을 담은 정표다.그러니 주는 학부모 기꺼웁고 ,받는 교사 부담없는 일본의 스승의 날이다.15일 우리의 스승의 날이 코 앞에 다가왔다.학부모들의 촌지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기 위해 또 다시 일부 학교들이 휴무로 지정하는 비극 아닌 비극이 재연될까 걱정스럽다.교육환경을 개선하자 확립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언제까지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게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갈수록 거세지는 교단에 대한 외부의 도전과 폭력, 교원의 정년 단축, 공문에 파묻히는 잔업, 타 직업에 비해 여전히 허덕이는 보수.어느 것 하나 제대로 스승을 스승답게 모실 교직의 풍토가 개선돼 있지 못하다.올해로 21번째 맞는 스승의 날.외면당한 교육여건을 체념하고 그래도 묵묵히 교단을 지켜왔던 참스승에게는 오히려 이날이 우울한 날로 기록될지 모른다.일선 교사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자. 그들은 제자나 학부모들로부터 무슨 큰 보따리를 원치 않는다. 그저 따뜻한 전화 한 통화, 편지 한 장, 꽃 한송이면 족하다.문득 잊어버렸던 제자로부터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말썽꾸러기 ***에요...반가운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동안 쌓였던 모든 시름과 회의는 한순간에 씻어내리라.그리고 우리의 선생님들은 다시 내일의 보람을 안고 힘차게 교단에 나서리라. / 임경탁 (본보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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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경탁
  • 2002.05.10 23:02

[데스크창] 영화산업과 전주영화제

흥행의 귀재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쥬라기 공원’을 만든 것은 93년이었다. 당시 6천5백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한햇동안 8억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엄청난 수익이었으나 일반인들은 실감하기 어려웠다.이러한 수익이 ‘현대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은 이익과 같다’는 설명이 뒤따르고서야 영화산업의 위력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가 수출한 자동차가 모두 64만대였으니 놀랄만도 하지 않은가. 그 뒤 블록버스터(대작영화)는 곧잘 자동차 대수에 비유되었다.99년 ‘쉬리’가 관객 6맥만명을 넘겨 ‘타이타닉’의 흥행을 앞지르자 한국은행은 쏘나타 1만1천667대의 생산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쉬리 신드롬을 기폭제로 한국영화의 ‘봄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0년에는 ‘JSA 공동경비구역’이, 2001년에는 ‘친구’가 대박을 터뜨렸고 올해는 ‘집으로’가 그 행진을 잇고 있다.친구의 경우 관객 8백20만명을 동원, 매표액만 4천9백억원을 벌어 들였다. 한국은행은 친구의 경제가치를 뉴 EF 쏘나타에 대비, 1천5백22억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앞으로도 이같은 한국영화의 호황은 4-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가 “한국영화 산업이 지난 10년 동안 기적적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할 정도다.전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은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영화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산영화의 자국 점유율 46.1%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일본 등이 30%대에 머물고 있어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1위인 셈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한국 영화산업의 선순환구조와 발전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성장요인으로 7가지를 꼽았다. △우수한 인력의 유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우리 정서에 맞는 시나리오와 배우 △효과적 마케팅 △멀티플렉스의 성행 △효율적 배급망 구축 △관객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한마디로 충무로에 돈과 우수인력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기존의 창투사 영화사 외에 하나은행 MBC 등 26개 영상전문투자조합에서 조성한 자금만 2천억원에 이른다. 이 자금중 상당수는 핫머니가 아닌 5년 이상 영화에 투자하도록 발이 묶여 있는 돈이다. 여기에 제작에서 마케팅에 이르기 까지 20-30대의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앞다퉈 몰려들고 해외파들 까지 합류, 두터운 인적 자원이 형성되었다.반면 제작비 상승과 국내시장의 한계, 소재의 편중 등 위기요인도 지적되고 있다.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지난주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좀더 산업적 측면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영화산업의 기치를 먼저 올린 부산이나 부천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이었던 ‘친구’가 부산에서 100%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지난해 부산의 영화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친 생산성은 4백억원으로 잡는다. 각종 촬영지원시설과 브랜드가 주는 도시 이미지 창출까지 합하면 1천억원대를 넘는다고 한다. 40억원 남짓 투자해서 얻은 것 치고는 엄청난 효과다. 물론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전주영화제에 이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아직은 박수와 격려가 더 아쉬운 때다. 일주일간의 ‘행복한 영화여행’에 기를 쓰고 참여하면서 느낀 소회다./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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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2.05.06 23:02

[데스크창] 도민경선 뚜껑을 열어보니..

사업을 하는 A씨는 얼마전 기자를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민주당이 도지사후보를 뽑으면서 도민경선제를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소개해 주었다.그는 지난주 특정 도지사후보를 지지하는 어느 자치단체 비서실장이 불러 찾아갔다. 선거캠프에서 일하다 별정직으로 들어 온 그 비서실장은 단체장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그런 사람인데 도지사후보 경선에 참여할 공모당원 1백명을 알선해 달라며 신청서 1백장을 건네주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신청서류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었다. A씨는 그 자치단체가 발주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 신청서류를 받아오긴 했지만 숫자도 많거니와 자발적 참여자도 없어 난감했다. 할 수 없이 그는 한사람당 몇만원씩을 주고 아파트에 사는 주민 50명을 ‘사’ 신청서류를 나누어 주고 접수토록 했다고 한다. 나머지 50장은 역부족이었다.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그로서는 자신에게까지 이런 주문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며 “이런 케이스가 어디 한둘이겠느냐” “‘눈감고 아옹’하는 이런 식의 도민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흰눈을 들이댔다. 최근 민주당이 지구당별로 도민선거인단 참여신청을 마감한 결과 2,031명 모집에 43,971명이 신청해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국민은 190만명에 이른다. 도민경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수치라고 착각할 법도 하겠으나 신청자들은 대부분 경선후보측이 동원한 세 몰이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생업 때문에 바쁘기 짝이 없고 정치판도 맘에 안드는 마당에 손수 신청서류를 작성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신청자 한명이라도 ‘우리 측 사람’을 더 많이 넣어 선거인단으로 추첨될 확률을 높이려는 욕심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원경쟁이 불붙기 마련이고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금품과 향응제공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품을 제공한 대가의 부메랑은 ‘유착’으로 결과될 것이고 ‘유착’은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부실’을 잉태할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화근의 제일원인이되는 셈이다. 자치단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도지사는 물론 시장이나 군수선거때 후보들을 돕지 않으면 나중에 단돈 몇천만원짜리 사업일망정 ‘국물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역학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업가들은 기를 쓰고 인맥을 대거나 돈을 풀고 있다. 말이 ‘지원’이고 ‘도움’이지 후일을 기약한 보험성격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지나면 도지사경선 선거인단 명단이 드러나 또 한바탕 금품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시장 군수 도의원 경선도 마찬가지이다. 당내 경선에서 마저 먹이사슬의 고리가 형성되고 돈으로 사람을 사는 판국이니 도민경선은 ‘도민(盜民)경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권력은 돈을 찾고 돈은 권력을 찾는 속성이 있다. 경선 마당에서의 이같은 부패사슬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사전에 무작위로 선거인단을 추첨해서 확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들은 말한다. 이번 경선 만큼은 돈 안쓰고 깨끗이 치르겠다고.과연 그럴까. 이 말이 메아리져 돌아올 때는 ‘웃기네∼’일 것이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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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5.04 23:02

[데스크창] 뭣때문에 출마하려 하는가

본격적인 선거철로 접어 들었다.너나할 것없이 시장 도의원 시의원에 나서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부단히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현재 군산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자는 민주당에서만 3명, 무소속 4명 등 7∼8명에 달하고 도의원은 3명 정원에 10여명, 시의원은 26명에 어림잡아 8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무엇이 이들을 지방정치판으로 내몰고 있는가 궁금하다.이들 가운데 정치에 뛰어 들어 군산시의 발전을 위해 한번 일을 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뜻을 세운 자도 있을 것이고, 일부는 타인의 권유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아 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장 도의원 시의원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출마를 하려는 데 있다.단지 주위에서 “시장님! 시장님!”하고 “의원님! 의원님!”하는 호칭에 빠져 나도 한번 이 호칭을 받고 명예를 거머쥐고 싶다는 충동에서, 그리고 이같은 호칭이 주는 보이지 않는 마약성분같은 기운에 빠져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시장과 지방의원은 예산을 집행하고 행정을 견제·감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자리에 불과하다.그러나 지난 95년 지방자치가 완전 실시된 이후 지방선거에 당선된 자들 가운데 일부는 시민들로부터 이같은 권한을 위임받은 것을 망각한 채 마치 자신의 권한인 양 주물럭거리다가 불행한 사태를 맞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또 권한을 행사하는데 도취돼 시민들위에서 군림하면서도 마치 시민을 위해 일하는 체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이나 챙기다가 영어(囹圄)의 몸이 된 자도 있었다.특히 일부 시의원은 자신의 가정과 사업은 돌보지 않다가 오히려 패가망신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이 모든 것이 시민을 위해 일을 해야할 신성한 의무를 가진 명예직자리를 어느 권력의 자리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번 선거에 출마를 하려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무엇때문에 이번 선거에 나서려고 하는지를.진실로 당신들이 시의 발전을 위한다고 한다면 자신들의 주변부터 살펴보라.가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지. 그렇다고 판단되면 그때 이번 선거에 도전을 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번 선거의 출마를 재고하라고 권고하고픈 심정이다.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에 나선다면 당선이 돼도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고 결국 이권에 개입해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보아왔다.또 선거에 출마하는 척하면서 내심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표를 다른 입지자에게 팔려고 하는 자들이나 이번 선거를 한풀이나 명예회복의 장으로 삼고자 하는 자들 역시 출마를 포기하는 게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생각된다.지방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보다는 더럽고 혼탁한 분위기를 만들어 자신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고 결국 지역발전을 후퇴시키는 요인이 돼 시민들에게 손가락질만 받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이번 6.13지방선거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하는 시민들의 공복(公僕)을 선출하는 자리라는 것을 입지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봉호 (본보 군산본부장)

  • 오피니언
  • 안봉호
  • 2002.05.03 23:02

[데스크창] 경선과 ‘악어의 논법’

‘악어의 논법’이란 게 있다. 고대 이집트의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나일강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악어가 잡아갔다. 그의 부모는 자식을 돌려달라고 애걸했다. 그때 악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이를 돌려주겠는가, 안돌려주겠는가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다면 아이를 돌려주겠다” 물론 악어는 애당초 아이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이런 게임을 던졌다. 만약 아이의 부모가 “돌려주겠지요”라고 대답하면 “틀렸다” 하고 아이를 잡아먹을 심산이었다. 반대로 “돌려주시지 않겠지요” 하면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하며 결국 잡아먹을 작정이었다. 대단한 궤변이다. ‘악어의 논법’이란 우리 속담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맞먹는 말이다. 자기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로 곧잘 비유되지만 이기주의적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경선은 당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적 절차이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합의를 깔고 있다. 그런데 경선 불복사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쟁점화되고 있다. 이미 경선에서 탈락한 임득춘 순창군수가 군수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시장 군수와 도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낼 것으로 보여 경선무용론마저 대두될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출마하는 경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떨어져도 나가고 승리하면 더욱 좋고,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의 배짱을 깔고 경선에 참여하는 행위는 마치 ‘악어의 논법’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이기주의와 교활, 억지논리라는 비난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만약 경선에 불복한다면 그 꼬리표는 개인의 명예에 두고두고 붙어 다닐 것이다. 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결과에 불복한 민주당 이인제 고문은 지금도 그 멍에를 지고 있지 않은가.민주당의 경선제도는 낙후된 우리나라 정치를 모처럼만에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정치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상향식으로 전환시킨 민주적인 시스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판에 대한 불신과 식상감에 젖어있던 당원과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은 민주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침체될대로 침체돼 거의 관(棺)속에 집어던져진 상태였지만 국민경선방식이 시행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경선방식은 뿌리내려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경선의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면 탈당한 뒤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들의 의사는 내팽개쳐도 괜찮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출마의 변도 구차하기 이를데 없다. ‘임기중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궤변치고는 엄청난 궤변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개판’이라고는 하지만 정법의 논리가 통하고 정치도의가 살아있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만큼은 정치인들이 보여주어야 한다. 악어의 의중도 모르고 힐난당하는 부모의 심정, 그것이 경선레이스에서 국민의 심정이나 당원의 심정이 돼서는 안된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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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4.24 23:02

[데스크창] 군산항 살아야 지역경제 산다

자동차 전용부두에서 수출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기아자동차, 중국행 국제카훼리선박을 타기 위해 승객들로 북적거리는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야드에 수북히 쌓여 있는 컨테이너,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부두건설을 위한 준설매립공사 등.지난 19일 오후 기자의 눈에 들어온 평택항은 생동감있는 모습 그자체였다. 불과 3년전 썰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이 평택항을 이같이 만들고 있는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잇점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평택항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군산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치단체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이었다. 해양수산부가 건립해야 할 국제여객터미널을 경기도와 평택시는 서로 50%씩 부담, 지난해 8월까지 36억원을 들여 직접 건립함으로써 두달후 국제카훼리선박인 대룡호가 평택∼ 중국 영성을 취항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평택시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자체 행정조직에 항만경제국을 두고 산하에 14명(국장 포함)으로 구성된 항만물류과를 신설, 항만정책 항만지원 물류지원 항로개설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특히 경기도와 평택시는 평택항 인근에 시비 30%, 도비 70%의 부담으로 총사업비 61억원이 소요되는 평택항의 홍보관건립에 나서고 있다.이들 자치단체가 이같이 항만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항만에 투자해야 도시가 바뀌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인식을 명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노력은 현재 중국과의 교역에서 주도권을 서서히 거머쥐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평택시는 지역경제활성화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군산항에 대한 자치단체의 인식은 어떠한가.한마디로 경기도와 평택시의 이같은 노력은 먼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항만에 관련된 업무는 중앙정부나 하는 국가사무이지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식으로 ‘강건너 불구경하듯’하고 있다.서해안시대, 13억 거대한 중국시장을 활용해야 전북지역의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로만 떠들썩하게 하고 있을 뿐이지 가시적이고 실천적인 뒷받침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전북도가 군산항을 위해 하는 업무는 고작 미미한 예산확보활동이고 군산시는 행정조직으로 항만계를 신설했으나 항만과는 사실상 무관한 항만구역밖의 공유수면관련업무나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특히 군산시의 경우 지난 96년 자매결연도시인 중국 연태를 연결하는 군산∼중국연태 항로를 팽택시보다 5년 빠르게 개설, 카훼리 선박인 1만6천톤급 자옥란호가 취항하도록 한 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그러다보니 군산∼중국 연태간의 교역은 갈수록 퇴조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지리적으로 중국과 좋은 위치에 있는 이점을 활용, 중국교역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보고자 했던 꿈이 이 상태로 나갔다간 일장춘몽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만 밀려온다.왜 항만관련 행정조직을 두고 지방재정까지 지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평택시의 한 관계자는 “평택시에는 평택항이 있지 않느냐, 항만의 개발촉진을 위해서다”라고 답변하면서 당연한 것을 질문한다는 식의 반응이었다.항만활성화를 자신들의 사무로 여기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기도와 평택시같은 자세가 우리에게도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안봉호 (본보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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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2.04.23 23:02

[데스크창] 문화재 관람료 시비 해법없나

여가문화가 정착되면서 바쁜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의 의욕을 재충전하기 위해 자연의 품에 기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전국 유명산에 가족 및 친구단위의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줄잇는 데서도 이같은 경향은 엿보이고 있다.수많은 탐방객들을 품에 안아주는 이들 산은 유명세만큼이나 어김없이 국립이나 도립·군립 공원 등으로 지정돼 있다. 또 이들 공원 관리기관은 탐방객들로부터 일정액의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특히 국가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을 낀 공원에서는 공원이용료외에 문화재관람료까지 통합 징수하고 있다.문화재를 구경하는 값을 내라는 셈이다.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에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를 근거로 국가지정 문화재가 있는 전국 70여개에 달하는 조계종산하 사찰에서 문화재의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경비조달 등을 내세워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도내에는 국립공원으로 덕유산·지리산·내장산·변산반도 등 4개, 도립공원으로 모악산·대둔산·선운산·마이산 등 4개, 군립공원으로 강천산·장안산 등 2개 등이 지정돼 있다.이들중 문화재가 없는 변산반도·대둔산·장안산 등을 빼고는 대부분 문화재관람료를 탐방객들에게 내도록 하고 있다.내장산 매표소의 경우 성인 1인기준 공원이용료와 문화재관람료 각 1천3백원씩 2천6백원을, 모악산은 문화재관람료 1천8백원을 포함 역시 2천6백원을 받고 있다. 이같은 입장료에는 주차료(자가용 승용차 1대 기준 2천∼4천원)가 포함돼 있지 않다.4인 가족이 자가용을 이용, 국립 및 도립공원을 찾을때 최소한 1만원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따라서 이들 공원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 적잖은 탐방객들이 솔직히 지갑이 털리는 기분을 지울수 없다고 말한다.공원내 사찰을 이미 한 두번이상 들른 터라 또다시 관람할 의사가 없는데도 배보다 큰 배꼽격인 문화재관람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문화재관람료가 당연히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일부 시민단체와 기독교계 등은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 반대운동으로 가세하고 있다.참여연대는 일부 사찰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재판계류상태이고 산악인들은 조직적 반란(?)마저 보이고 있다.지난 14일 무주 덕유산 구천동에서는 대한산악연맹 회원 3백여명이 캠페인을 갖고 “순수 등산객까지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폐지하라고 목청을 높였다.이와관련 사찰측은 명산(名山)이 될수 있었던데는 사찰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공원지역 일부도 사찰경내지로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문화재관람료 분리징수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부 사찰측은 몇년전 문화재관람료 분리징수에 맞서 산문폐쇄( 山門閉鎖)를 한적도 있었다.어떻든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것만은 사실인 것같다.앞으로 주 5일근무제 확대로 유명산을 찾은 탐방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대형성과 시비를 잠재울수 있는 문화재관람료의 합리적 징수방안을 기대해본다./ 홍동기 (본보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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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기
  • 2002.04.20 23:02

[데스크창] 앨라배마로 가는 現代車

현대자동차가 이달초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1백96만평의 부지를 확보, 3년간 총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투자키로 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2005년까지 EF쏘나타 후속모델인 NF(프로젝트명) 등을 연간 30만대 생산할 예정이다.이번에 미국에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계획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세계 주요 메이커의 해외생산 비중이 30% 정도인데 현대차는 1%로 낮은 수준이다. 그로 인해 미국 등의 통상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키 위해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유럽 현지공장 설립계획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현대자동차(北京現代汽車有限公司)를 합자설립,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베이징에 세웠다.현대·기아차그룹은 연간 2백63만대(2000년 기준)를 생산해 생산실적 9위에 올라 있다. 2010년에는 5백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5대 메이커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애널리스트들은 미국 현지공장의 성공여부를 아직 반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여준 ‘기업유치’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 유치에는 미국내 50여 시가 나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앨라배마주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이 주는 면적이 남한의 1.5배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4백50만명에 불과한 낙후된 곳. 미국 50개 주중 개인소득 43위로 우리나라로 치면 전북과 같은 형편이라고나 할까.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 란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터킹 목사의 초임지답게 지금도 흑인이 주민의 25%를 차지한다. 앨라배마주는 현대측에 인프라 구축이나 세제혜택, 자금지원, 종업원 선정및 교육 등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또 현대측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다임러 크라이슬러 공장이 있어 협력이 쉬운 점을 감안했다. 나아가 이 지역에 자동차노조가 없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지난해 10월 현대차 사장 일행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당시 10여 개 주정부의 지사, 연방상원의원, 시장들이 만사를 제치고 워싱턴으로 날아와 ‘무엇을 도와주면 공장이 우리 주로 오겠느냐’며 매달리더라는 것. 현대차 관계자들은 소속 당 여부를 떠나 올코트 프레싱을 펼치는 것을 보고 “외자유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고 놀랐다고 한다.그 가운데 앨라배마, 테네시, 조지아주는 공장부지 무상제공과 고속도로부터 공장까지 진입로 건설, 법인·취득세 감면 등을 기본조건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앨라배마주는 한술 더 떠 공장에 취업할 조·반장급 이상 근로자들이 한국 현대차 공장에 와서 교육받는 동안 들어갈 항공료, 체재비, 훈련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주정부는 민간과 함께 2억5천만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주의회도 직업훈련비 공채발행 승인안을 가결시켰다. 부품업체까지 모두 1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이에 앞서 앨라배마주는 93년 독일 벤츠사와 일본 혼다사를 유치했다. 벤츠사 유치시 주정부는 주재원이 살 집과 자녀가 다닐 학교를 챙겼다. 심지어 독일말을 하는 사람을 붙여 살림장만과 하수도 고치는 일까지 거들어 주었다고 한다. 오는 기업마저 내쫒는 도내 자치단체와 너무 대조적일 뿐이다./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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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2.04.16 23:02

[데스크창] '강한 군산' 만들자

“군산지역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몇년만에 군산에 와 보아도 제자리걸음만을 하는 것같습니다. 도로망만 많이 확충됐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같아 아쉽습니다. 군산은 나약한 도시인가 봅니다.”서울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업가가 최근 군산을 방문해 한 말이다.이 말은 군산지역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냥 흘려 버릴 수 없었다.군산지역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진주같은 많은 보물을 지니고 있으나 이를 지역발전과 연계시키려는 시민들의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항상 가져 왔기 때문이다.바다가 있고, 항만과 배후산업단지가 있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가 있는 군산.그러나 군산시민들은 매일 접하는 이 보물같은 잠재력을 남의 것인양, 나와는 상관이 없는양 그냥 무심코 스쳐가고 있다.육지에서 평생을 살다시피한 한 노인이 난생처음으로 만조때 배를 타고 섬에 나갔다가 간조때 군산에 돌아와 “아까 많던 그 바다물이 다 어디 갔노?”하는 물음에서 군산시민들은 바다의 자연현상을 관광자원으로 연계시킬 수 있으나 그냥 웃고 지나 치고 있다.중국의 WTO가입으로 13억의 거대한 중국시장이 눈앞에 놓여 외국이나 다른 지역사람들은 항만을 통해 군산을 전북지역의 물류중심지는 물론 대중국교역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군산시민들은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항만을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하고 있지만 군산지역에서는 항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일뿐이라며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돌린다.7백만평에 달하는 군산지역의 국가산업단지는 많은 기업들이 유치될 경우 군산지역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그것 역시 토지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업무라며 우리네 시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군산에 들러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타고 선유도지역을 포함한 고군산지역을 둘러본 후 “야,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고 하는 다른 지역주민들의 탄성조차 관심을 갖지 않고 그냥 흘려 보내고 있다.지역발전의 공동노력은 외면한 채 오직 군산이라는 작은 틀안에서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우리’가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들만이 눈에 띄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군산발전을 위해 이러저러한 일을 해야 한다는 뒷골목 비판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지 분출되는 시민의 공동체적인 행동을 별로 찾아 볼 수가 없다.이 모든 것이 군산시민들의 나약한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전북출신 한 기업인의 말대로 군산은 정말로 나약한 도시인가.그렇지만은 않다. 군산시민들은 불과 몇년전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으로 똘똘 뭉쳐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고 비응도 대체어항개발사업을 스스로 일궈낸 저력을 갖고 있다.지역주민이 주인인 지방자치시대에 어느 한 지역이 나약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지역 주민들이 얼마만큼 힘을 합해 지역잠재력을 끄집어 내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모든 시민들이 지역발전에 공동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할 때 군산은 보물같은 잠재력이 빛을 발해 21세기를 선도하는 강한 지역이 될 것이다.강한 군산을 위해 시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때다./ 안봉호 (본보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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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2.04.10 23:02

[데스크창] 춤추는 出師表

선거시즌이 본격화되자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인들의 기사가 신문지상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현역 정치인은 물론이고 예비 정치인들도 이에 뒤질세라 고개를 내미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날만 궂으면 도지는 신경통처럼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처럼 출사표가 난무하고 있으니 너무나 헤프게 남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출사표(出師表)는 본래 ‘군대를 출동시키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일컫는다. 촉(蜀)의 제갈공명이 위(魏)나라를 치기 위해 떠나던 날 아침 황제 유선(劉禪)에게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표(表) 를 올린데서 비롯된 것으로, 구구절절 충언으로 가득찼다 하여 그를 충신의 표본으로 만들게 한 유명한 글이다.출사표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던졌다’는 표현은 가당치도 않다. 주권재민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옳은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쓰고 있다.정치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게 경험자들의 진단이지만 선거 때마다 기웃거리는 ‘습관성’ 출사표는 분명 문제다. 큰 뜻을 품고 예비후보로서의 인프라를 갖춰 선거판에 뛰어든다면 모르되 대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유형도 갖가지다. 게중에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이른바 세상에 대한 ‘존재확인성’ 출사표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흠집내기 위한 ‘한풀이성’ 출사표가 있다. 훗날을 겨냥한 ‘인지도 높이기성’ 출사표가 있고 신분상승 효과를 노린 ‘업그레이드성’ 출사표도 있다. 한 몫 챙기려는 ‘잇속 챙기기형’ 출사표, 누가 봐도 함량미달인데 본인 스스로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자기도취성’ 출사표도 있다. 때가 됐으니 한번 나서볼까 하는 ‘심심풀이성’ 출사표도 없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이런 경우 정치판을 희화화시키고 정치인을 도매금으로 평가절하시킨다는 점에서 비판 받기 십상이다. 정치판이 너무 엄숙할 필요는 없지만 코미디화 돼서도 안될 것이다. 1800여년전 제갈공명의 출사표에는 임금에 대한 한결같은 충성의 마음이 담겨 있고 비장감이 서려 있다. 그동안 살아온 내력과 전쟁에 자신이 나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각오 등이 나타나 있고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도 적혀 있다. 그러나 요즘 한 고을을 다스리겠다거나 통치행위에 대한 감시 견제기능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출사표만 냅다 내던질뿐 정책과 비전, 비판과 대안 제시는 뒷전이다. 비장감은 커녕 정열 같은 것도 엿볼 수 없고 아예 ‘다 나가는데 나라고 못 나갈소냐’는 식이다. 출사표를 띄우기는 하는데 무얼 보고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표’(表)란 겉을 뜻하지만 출사표에서의 ‘표’는 ‘의사를 개진하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의견개진은 출마자들의 권리이지만 한번 던져진 출사표에 대한 의견개진은 유권자들의 몫이고 그 수단은 투표행위이다. 피선거권 자격만 갖춰지면 누구나 선거판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출마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문화할 수는 없지만 단체장으로서 또는 도의원, 시군의원으로서의 ‘깜’이 있는 것이다. 그런 ‘깜’을 골라내는 일에 유권자들이 지금부터 두눈을 치켜 올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식과 덕망, 인품과 리더십이 고루 갖춰진 사람들이 출사표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일에도 활발한 활동이 펴졌으면 좋겠다./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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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4.09 23:02

[데스크창] 전북대총장선거의 의미

도내 대학가는 요즘 선거 열풍으로 뜨겁다. 올해의 화두인 지방선거나 대선 못지 않은듯 하다. 5월 9일로 선거일을 정한 전북대를 선두로 전주교대, 군산대 등 도내 3개 국립대가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하고 원광대 또한 10월께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 가운데 전북대 총장선거는 올 첫선거인데다 도내 대표대학으로서, 도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화의 열망을 담아 지난 90년 5월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이번이 4번째인 전북대 선거는 현재까지 8명의 교수들이 뜻을 세우고 불꽃 튀는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달아 올라, 후보들이 학교안팎에 캠프를 설치하고 세 확산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과열 혼탁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총장선거가 “정치판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와 함께 8용(龍)은 커녕 ‘8추(鰍)들의 집안싸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부터 1위는 누구며 이번 선거는 3차 결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퍼져 있다. 특정후보에 반감을 지닌 교수들이 차점자에게 표를 몰아줘 결국 ‘2위 싸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선거도 종전처럼 학연의 연결고리가 위세를 부리고, 소속 단과대학 여부, 인간관계, 성향 등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모교인 전북대 출신이냐 서울대 출신이냐와 전주고 군산고 남성고 등 세칭 도내 메이저 고교의 동문회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7백90여명의 교수들 뿐아니라 직원들로 구성된 직장협의회도 투표권을 달라고 벼르고 있어 변수다.이번 선거는 몇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총장선거는 정치판 선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즉 최고 엘리트집단인 교수들이 선거에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문제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세력중 하나가 교수들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교수사회가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총장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학교밖 선거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기모순인 셈이다. 제 눈속 들보는 못보면서 남의 눈속 티끌만 탓하는 꼴이 아니고 무언가.둘째는 총장직선제가 우수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직선제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교육부에서는 간선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어떻게 쟁취한 제도인데…”라면서 직선제를 고수했다. 하지만 직선제로 인해 교수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선거후에는 논공행상식의 보직이나 예산 나눠먹기가 횡행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째는 대학개혁 등 전북대가 안고 있는 과제다. 지금 대학은 엄청난 자기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도 지난해 7월 취임한 47세의 서머스 총장이 “하버드에는 수많은 아킬레스 건이 있다”며 혁명적인 개조작업에 들어갔다.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아킬레스 건으로 △졸업생 90%가 우등상을 받는 후한 점수 △교수의 노령화 △우물안 개구리같은 학생 △대화하지 않는 교수 등을 꼽고 있다. 또한 서울대도 지난해말 블루리본 패널(Blue Ribbon Pannel) 용역보고서를 통해 장기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가 어떤 대학인가. 전북대는 ‘그들만의 대학’이 아니다. 설립초기 모체가 된 도립 이리공과대학, 전주 명륜대학, 군산대학관 등과 부지를 제공한 전북향교재단 등 도민들의 뜻과 성원으로 이루어진 대학이다. 또한 학생의 90% 이상이 전북출신으로, 도민의 자존심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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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2.04.04 23:02

[데스크창] 문화예술진흥 투자확대를

“개복동 유흥가 화재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 화재사건을 보면서 군산 시민들이 문화예술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십수명의 종업원들이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던 개복동화재사건이 검찰의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한 문화예술인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대명동 윤락가와 개복동 유흥가화재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여성단체등 민간단체에서 관련자들을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그는 이같은 화재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대책은 문화예술진흥밖에 없다고 처방전을 내놓았다.그의 이같은 진단과 처방은 군산지역에서 잔잔한 공감대를 얻어 가고 있다.사실 군산지역은 그동안 산업단지의 조성과 도로망확충,항만건설과 기업유치등에만 열을 올리면서 숨가쁘게 달려왔지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문화예술분야진흥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군산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 보았자 객석수가 8백여석에 불과한 공연장과 4개의 전시실을 가진 시민문화회관이 고작이고 민간분야에서는 원우건설이 내놓은 80평규모의 원우아트홀 한 곳이 전부다.이러다보니 문화예술활동을 접할 기회가 적고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직장에서 퇴근을 하고 나면 상당수의 근로자들과 직장인들이 퇴폐이발소나 찾는 일이 눈에 띄고 유흥음식점등 술집주변을 맴돌고 서성거리며 남에 대해 비판을 하고 험담을 하는 것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일이 많다.자연스럽게 향락·퇴폐업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나운동과 대명동,개복동지역을 중심으로 유흥업소가 증가하게 됐고 향락퇴폐문화가 기승을 부려 대외적으로 군산지역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특히 상당수 시민들사이에서는 남을 중상,모략을 하는 풍조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등 낙후된 문화예술분야는 군산지역의 풍토에 탁류를 흐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군산시에서도 그동안 문화예술진흥에 별다른 노력을 경주해 오지 않았고 올해도 전체 일반회계 예산 2천6백90억원가운데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예산이 고작 1%대인 28억여원에 그치고 있는 등 부끄러울 정도다.이제는 문화예술진흥에 힘을 써야 한다.약 2천명으로 추산되는 군산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공간을 확충하고 많은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를 유치,시민들이 많은 문화예술과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그때만이 향락·퇴폐업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건전한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군산시가 보다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관광과의 접목을 통해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정신문화가 뒷받침되지 않고 물질문명만 발달하면 그로인한 괴리는 군산지역을 기형적으로 성장시켜 시민들이 질높은 삶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한 문화예술인이 말한 것처럼 군산지역에서 개복동 유흥가화재참사와 같은 유사한 불행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예술측면에서 군산지역을 진단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시민모두 강구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봉호 (본보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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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2.04.02 23:02

[데스크창] 월드컵 성공리에 치르려면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 어제 저녁 잠깐 뿌린 비로 꽃 색깔은 더 짙어졌다. 늘 올라가는 산 중턱. 그 모양새가 반반한 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이상하다. 산의 등줄기가 움직이는 것 같다. 저마다 키를 달리해 붕긋붕긋 솟은 산. 지난달 어느 날 아침 여기 왔을 때, 저 산의 나무들이 긴 겨울의 ‘멈춤’을 끝내고 물을 먹는 걸 보았다. 그래, 이제 성장하는구나.올해는 다른 해 보다 꽃이 일주일쯤 이르고 다른 해보다 더 곱다고 한다. 저 고운 꽃은 저 혼자서 제 자태를 만들지 못한다. 땅이 입을 열고 만물이 서서히 활동을 취할 자세를 가지려는 때, 3월 중순이후부터 갑자기 따뜻해지는 기온과 습기와 자외선 같은 자연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영향이 복잡하게 얽혀서 생물학적 성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아름다운 꽃을 그 것 하나로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저 홀로 그렇게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이 이제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만큼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이번 ‘2002 월드컵대회’는 전주를 포함해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경기가 개최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 전북과 전주를 세계의 매스컴이나 외국인들이 직접 방문해 우리 고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만 관중석, 그리고 경기장 밖에 있는 우리는 전주의 참모습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꾸어 전세계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월드컵을 앞두고 설렘과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그 가운데 전주에서 경기를 갖는 스페인 파라과이 포르투갈 폴란드 등 특수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크게 모자라고 있다. 경기장은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승강기의 유도시설과 안내시설이 부족하고 출입구 경사가 심해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등 몇몇 시설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전주시청 홈페이지도 영문이 원칙 없이 표기되거나 지역명 조차 표기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이곳에 링크된 월드컵 관련 홈페이지에는 잘못된 항공노선 시간표가 올려져 있는 등 손 볼 데가 한 두곳이 아니다.그렇다면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도민과 전주시민이 해야 할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상식적인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친절, 질서, 청결 등 공동체적 시민의식을 배양하고 전 도민이 참여하는 문화관광, 환경 개선등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자.연분홍 진달래, 새하얀 싸리꽃잎들 속에 스며든 기후와 습기와 자외선을 함께 느끼는 것. 이런 태도가 생활에서 훈련된다면 아마 성공적인 대회가 저절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한 사회의 성숙도는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치러내고 키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좀처럼 얻기 어려운 이 같은 세계적인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전주시민은 물론 도민 전체가 ‘꽃’을 피우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을 단순히 축구경기로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같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전주가 한국의 소리와 선비들이 살려온 예술의 고장임을 한껏 보여주자. 저 고운 꽃이 저 홀로 필 수 없는 이치에서 배워야 한다. 꽃은 결코 스스로 피지 않는다. / 최동성 (본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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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성
  • 2002.04.01 23:02

[데스크창] 도내 IT벤처 옥석 가려야

몇년 전만 해도 전북지역과 IT(정보기술)라는 용어와는 썩 어울리는 관계가 아닌 것 처럼 여겨졌다.이러한 전북지역에서도 ‘정보영상 도시, 전주’라는 선언이 나오고, 2000년부터는 국제컴퓨터게임대회가 열리고, 게임 애니메이션 등 IT 관련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해서 현재 83개에 이르는 등 이제는 IT산업이 전북경제의 한 영역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는 지난 98년 11월27일 설립된 전주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지난해 출범한 전주정보영상진흥원 그리고 멀티미디어기술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인큐베이터에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던 3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도내 IT 벤처기업 가운데 매출을 내는 곳은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경쟁력이 아직도 미미하다. 그나마 운영 수지를 맞추는 기업 중에도 관공서에서 수주하는 홈페이지 등 IT 관련 물량을 따내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 IT 벤처기업들이 과연 기술력과 수익모델 면에서 자생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냉철한 검토를 거쳐 옥석을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들 벤처기업들은 아이템을 선정하고 창업을 시작할 때 고객과 시장중심적 사고보다는 기술을 과신한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성공률 5% 이하라는 우울한 예측을 낳게 하고 있다. 제품의 진부화 및 대체재의 출현, 소비자의 변동, 자금상의 문제, 마케팅 부족 등이 총체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정책 방향 전환과 경영인의 자세 그리고 도민들의 인식이다. 물론 벤처기업은 기존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관료화·진부화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인 혁신과 성장의 프론티어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서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오늘날 미국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주요기업들이 벤처에서 출발을 했으며, 그 출발은 어디까지나 개인들의 과감한 모험정신, 기존의 관료적인 조직과 제도로부터의 일탈과 독립의지, 희생적 연구개발 노력 등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의 직접적인 보호와 지원이 아니라 그러한 개인을 모험적으로 도와준 엔젤 투자자와 자생적 벤처캐피탈, 대학과 연구기관, 연금기금과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들, 창업후의 도약과 안정적 성장을 가능케 해주는 자본시장의 혁신과 발전이었다. 무엇보다도 성공한 기업가와 그의 ‘부’를 존중하고 이들을 영웅이나 모델로 인정해 주는 사회적 환경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벤처기업 성공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없이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적 근대화를 추구하던 시기의 압축성장적 발상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단기적, 가시적, 수적 성과에만 집착함으로써 벤처산업 정책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이제부터라도 벤처가 자라고 커나갈 수 있도록 경제 사회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정책 변화, 발상 전환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에 대한 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이나 간여를 최소화하고 간접 지원과 벤처기업 환경정비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투자자와 경영진이 져야 할 위험부담을 대신하고 퇴출돼야 할 기업들을 단지 벤처라는 이유로 시장에 존치시키는 것은 기업수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할 뿐 정상적인 벤처분야의 기능과 역할은 정착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 정신과 연구, 개발 노력과 희생적 자세를 갖춘 벤처기업들과 기업예비군들이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설 때다./ 허명숙 (본보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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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명숙
  • 2002.03.30 23:02

[데스크창] 정치자금의 검은 그림자

“아직도 돈보따리를 들고 인사로비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앞으로는 절대 용납 못합니다”언젠가 과장급 여성공무원이 인사를 앞두고 관사를 찾아와 ‘엽전’을 놓고 간 사실을 두고 유종근지사가 간부회의에서 화를 벌컥 내며 던진 말이다. 상당히 오래전 일이지만 이때부터 적어도 ‘돈 받고 인사하는 지사’는 아니라는 인식이 공무원들에게 심어졌다. 이런 그가 과거 세풍월드로부터 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지난 95년 민선시대가 개막되면서 개혁과 청렴의 이미지를 무기로 정치 일선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 사건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인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두번씩이나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도민들의 상심은 말할 것도 없지만.검은 돈 유혹 떨치기 어려워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버젓이 살아있는 마당에 그를 탓하자는 건 아니다. 정치시즌을 맞아 검은 돈의 그림자는 업보처럼 따라다니며 파멸로 이끌 수 있고, ‘화(禍)란 만족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따름이다. 어느 국회의원은 정치인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항상 검은 돈의 유혹을 받기 마련인데 이 유혹을 떨치기가 아주 어려운 모양이다. 정치인들이 세비나 후원금만으로 살림을 꾸려갈 수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 때문에 교과서에도 없는 이른바 정치자금이라는 과목을 만들어 재원을 조달하는데 말만 정치자금이지 십중팔구는 댓가성 또는 보험성격의 자금일 터이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 검은 돈은 평상시엔 아무런 색깔을 나타내지 않지만 이해관계가 얽힐 땐 그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만다. 그런데도 적당히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은 이 사실을 잊고 산다.한보사건 때에도 돈을 받지 않았다던 어느 정치인의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더 클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한데 왜 지방정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끌어 모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며 “시스템이 갈수록 투명해지기 때문에 옛날처럼 자금을 조성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체 드러낼 땐 이미 후회검은 돈의 유혹이 낼름거리는 선거철이다. 선거철 정치판에는 천당과 지옥이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 캠프에 ‘엽전’을 들고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불행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리라불경(佛經)에 나오는 우화 한토막. 한 홀아비가 소원을 풀어달라고 기원하던 어느날 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열어 봤더니 아름다운 ‘부(富)의 여신’이 서 있었다. 반갑게 맞아들였으나 항상 같이 다니는 동생이 있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아주 추하게 생긴 ‘불행의 여신’이 들어왔다. 홀아비는 그 추한 동생을 되돌려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애걸했지만 ‘부의 여신’은 그러면 우리 둘이 돌아갈까요 하고 반문했다. 홀아비가 망설이는 것으로 이 우화는 끝나지만 우리 정치인들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돈에 홀려서 슬며시 등뒤에서 다가오는 불행의 여신을 언제나 뒤늦게야 보기 마련인데 실체를 드러내고서야 검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 때는 이미 후회하게 된다./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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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3.26 23:02

[데스크창] 죽어서야 자유를 얻은 여성들

지난 18일은 군산시 개복동 속칭 ‘감둑’거리에 있는 한 술집에서 대낮에 불이 나 15명의 여종업원이 숨진지 49일째 되던 날.이날 49齋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딸의, 언니의, 여동생, 처제의 영혼이 자유를 얻어 새처럼 훨훨 날아 성매매와 감금이 없는 환한 세상으로 가기를 다시 한번 기원했다.죽어서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던 여성들.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자라고 낙인 찍었던 이 땅의 여성들에 삼가 명복을 빈다.이들은 과연 일방적으로 지탄을 받아야만 하는 대상인가. 노예문서나 다름없는 취업각서 현금보관증 등의 계약서를 작성해 人身이 실질적으로 업주 측에 매어있었는데도 말이다. 숙소에는 이중 자물쇠가 달려 불이 났는데도 탈출할 수 없는 감금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이와 똑같은 대형 화재가 1년반 전에 개복동에서 1㎞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명동 무허가 성매매업소에서 일어나 5명이 참변을 당했지만 고작 쇠창살이 합판으로 바뀐 것 외 그동안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말이 유흥주점이지, 주택을 불법 개조해서 만든,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1평 남짓한 쪽방에서 ‘삼촌’들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강요당하면서 동물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도, 이번에도 관계자 처벌은 흐지부지 끝났다. 업주들은 초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종업원들도 명목상으로는 기본급과 수당 등 월수입이 2백만∼5백만원에 이르는데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살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언니’가 이른데로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라고 해서 들였던 물품은 물론이고 가구나 가전제품, 도배등 방을 꾸미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었다. 방값과 ‘이모’에 줄 세탁비와 호객하는 ‘휘파리’에 주는 돈까지 그리고 지각비 결근비는 그만두고라도 손님 음료수값에 밥값까지 모두 종업원 비용으로 청구됐다. 언니는 개인 샵에서 홀복을 사게 하는 등 과소비를 부추겨 일부러 많은 빚을 지게 했다. 몸무게가 1㎏만 늘어도 벌금을 물어야 했고, 낙태수술을 받아도 하루만 쉬고 손님을 받아야 하고, 쉬고 싶은 날에는 하루벌이만큼의 돈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연대보증을 해놓아 도망갈 수도 없고, 설상 목숨 걸고 도망친다 해도 잡혀오면 그동안 일 못한 것에다 추적 경비 등 1천만∼2천만원을 몽땅 뒤집어쓰게 된다. 특히 외지에서 종업원들을 데려올 때 먼저 있던 업소에서 진 빚을 갚아주는 대신 그 빚부담을 종업원에게 다시 지워 윤락가를 떠나지 못하도록 굴레를 씌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젊은 여성들이 성의 도구로 거래되거나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여성계에서는 성매매방지 특별법을 그 대안으로 내놓았다.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성을 파는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위주로 하고 있으므로, 불법을 양산하는 현재의 사회구조에 초점을 맞춰 성매매 알선을 주도하거나 개입하여 이익을 챙기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새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법은 성매매된 피해자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안을 담고 있다. 여성계는 지난해 국회에 이 특별법을 입법청원 했으며 개복동 사고직후 현장을 방문한 조배숙 의원등이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인신매매까지 불러오는 성매매의 만연이 법적 제도적 장치만으로 뿌리뽑히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성을 향락의 도구로만 여기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짐승처럼 쇠창살에 갇혀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이 있고, 그들을 노예처럼 옭아매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까닭은 결국 돈으로 성을 사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을 돈으로 사는 것은 상대에 대한 폭력이자 범죄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허명숙 (본보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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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명숙
  • 2002.03.20 23:02

[데스크창] 정치자금과 지하경제

중국 청조(淸朝)말에 사천(四川)대학 교수였던 이종오(李宗吾 1879-1944)라는 이가 ‘후흑열전’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내용은 부패한 관료주의와 봉건적인 유교사상을 풍자한 것이다. 여기서 후흑(厚黑)은 얼굴이 두껍다는 면후(面厚)와 마음이 검다는 심흑(心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정의인덕(正義仁德)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온갖 부정과 사리사욕에 눈먼 정치가 기업가 등 지도층을 비꼬면서, 출세를 위해서는 유학이 아니라 후흑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면서 “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왕후장상, 영웅호걸, 성현들이 있었지만 후흑학을 통해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던가?”고 묻는다.그는 후흑학을 3단계로 나누고, 그 가운데 낯가죽이 두껍지만 형체가 없고 속마음이 시커멓지만 색채가 없는 경지를 최고단계로 쳤다. 낯가죽이 두껍고 마음속이 시커멓야 출세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즘 정치판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 후흑학을 익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재간이 없을듯 하니 말이다. 단군이래 가장 선거가 많다는 올해는 후흑학 고수들의 경연장이 될성 싶다.그것은 올해 뿌려질 정치자금을 생각하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올 우리 국민이 떠안게 될 공식 정치비용은 대강만 잡아도 1조1천억원에 이른다. 1가구당(4인가족 기준) 10만원꼴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양대선거에 지출하는 예산만 2천8백99억원, 정당 국고보조금이 1천1백38억원이다. 또 국회예산이 2천2백35억원, 지방의회 예산이 3천4백41억원이다. 여기에 정당과 정치인이 일반국민들로 부터 모금하는 후원금이 지난해 9백99억원이었다. 후원금은 올해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몇배 더 걷힐게 분명하다.그러나 이러한 공식비용은 비공식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97년 대선 당시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모두 합쳐 6백23억원에 불과했다. 개인당 법정선거 비용 한도인 3백10억원을 지켰음은 물론이다. 이것을 그대로 믿을 순진한 사람이 있을 것인가. 정당 관계자들 마저 실제 사용액수는 신고액의 10배 이상이라고 말한다.98년 지방선거의 경우 출마자 1만2백22명이 신고한 선거비용은 1천4백13억원이었다. 이 또한 실제 뿌려진 돈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는 4대 지방선거와 8월의 보궐선거, 대선 등에서 최고 10조원까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은 우리나라 올 국가예산 1백11조원의 10%에 육박한다.문제는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공식적인 돈이다. 최근 거론되는 완전 선거공영제를 도입한다해도 차단할 수 없어 골치다. 이 돈들은 대개 지하경제, 소위 검은 돈과 뿌리가 맞닿아 있다. 세금을 탈루해 만들어지는 우리 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50조-1백조원 가량.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5년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14.3%인 52조원이라고 밝혔고, 지난해 LG경제연구원은 11.3%인 59조원이라고 추계한 바 있다. 이 액수는 최소치로, 연구자에 따라 GDP의 20%를 잡기도 한다.떳떳하지 못한 정치자금을 받아 당선된 정치인들이 과연 제대로 정치를 할 것인가는 물어보나 마나다. 세상에 댓가없는 돈은 없다는 이치를 생각하면 간단하다.결국 정치자금은 지하경제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면서 부패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유종근 지사와 세풍간의 뒷거래 의혹도 비근한 예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도 후흑학의 후예들이 얼마나 설칠지 걱정이다./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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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2.03.19 23:02

[데스크창] 맥풀린 납치사건 수사

이창승씨 납치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훨씬 넘었다.그러나 경찰수사는 사건의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벌써부터 장기 미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수사팀 주변에서는 최근 “그동안 밝힌 것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뿐”이라는 자괴감 섞인 탄식마저 터져나오고 있어 수사의 난맥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경찰은 나머지 공범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지만 심지어 범인이 몇명인지 조차도 분명치 않다.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고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속이다.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수사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들이 돌출되면서 의혹에 대한 증폭은 가라앉질 않는다.이번 사건이 단순 납치사건을 넘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것은 물론 이씨가 지역의 유력한 재력가라는 점이다. 특히 전주시장 출마의사를 강력히 밝힌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일어났기 때문이다.수사과정에서 조직폭력배가 납치용의자로 나타나고,범인들의 음독자살,자작극 설,수사비 등이 불거지면서 납치경위 등에 대한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악몽같은 시간이었다’‘자작극을 벌일 이유가 없다’등의 이씨 말이 설령 사실이더라도 그 자체가 사건 해결의 단서로 연결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가관인 것은 이번 사건으로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있고, 두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수사를 서둘러 일단락지으려는 경찰측 태도가 아리송할 따름이다.어디 그뿐인가. 경찰은 이러한 각종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설만 가지고 수사할 수 없다’는게 기본적인 입장이다.피랍인측은 ‘경찰이 몇차례 결정적인 범인검거의 기회를 놓쳤다’며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경찰은 ‘경찰은 모든 것을 수사결과로 말하겠다’며 수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납치수사가 별다른 진척이 없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그동안 납치범으로 쫓아왔던 용의자가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맥풀리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답답해지고 불안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이런 경찰을 믿어야 하는 시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도대체 이번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사건은 있지만 실체가 없다. 경찰 수사력의 한계인가, 아니면 의지의 미약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발생후 여성및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내부 유착관계나 부패고리를 제대로 밝혀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던진 연장선에서 이 사건이 비쳐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시민들은 주범 조씨의 자살로 이번 사건의 모든 의혹과 진실을 이씨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을 헤아려 하루 빨리 석연치 않은 부분을 가려주는게 바람직하다.만일 이번 사태가 미궁에 빠지거나 미제사건으로 남을 경우 수사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이제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경찰이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당사자측의 반발과 시민들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망된다. 수사부실이나 허술한 일처리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범죄에 대한 응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이 아깝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관계당국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최동성 (본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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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성
  • 2002.03.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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