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3 02:03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경제일반
일반기사

[특수클리닉] (1) 목소리 클리닉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나 프리 마돈나 조수미 등의 목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명창 임방울이나 송만갑, 박동진 등이 일찍부터 목을 쓸수 없었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아마 세계의 성악사나 한국의 판소리사는 다시 쓰여졌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소리꾼이나 성악가, 가수 등에 있어 목소리는 생명과도 같다고 할수 있다. 이들 이외에도 정치인, 교사, 아나운서, 에어로빅 강사 등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의 경우 목이 쉬거나 더 심해지면 직업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이렇게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전문적인 클리닉이 목소리 혹은 음성언어 클리닉이다. 일반인의 경우도 목쉰 소리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때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게 되면 증상이 심각해져 대화조차 하기 힘들어 지는 수가 있다. 이럴 경우 음성언어 전문가에게 성대의 이상유무를 검진받아야 한다.

 

목소리 클리닉은 기본적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음성언어 치료사가 환자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음성치료를 하게 된다. 이때 환자가 목소리 문제뿐 아니라 뇌신경 장애로 인한 근육의 이상, 언어발달의 이상 등을 동반할 경우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수적이다. 또한 소위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강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 치과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환자의 목소리가 과도한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협진이 요구된다.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소아과 전문의와의 협진이 필요하다.

 

전북은 예나 지금이나 자타가 인정하는 판소리의 고장이다. 명창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전주나 남원 등의 국악원에서는 빼어난 국악인을 양성하고 있다. 따라서 목을 주로 쓰는 소리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목에 이상이 있는 경우 병원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목소리 클리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전북대병원 목소리클리닉은 전라남북도에서 유일한 목소리 전문 클리닉이다.

 

이 클리닉은 1991년 이 병원 이비인후과 홍기환 교수(44)가 일본 동경대 음성언어의학연구소에서 연수를 마친후 돌아와 처음 시작하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임상검사및 진료를 벌였다. 그때만 해도 환자의 목소리에 대한 객관적인 음성검사는 대학내 어학연구소(현재의 언어교육원) 음성실험실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다 1994년 병원내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 안에 음성언어 검사장비가 설치되고, 이후 이비인후과에 목소리클리닉을 개설하게 되었다.

 

목소리 클리닉은 주로 서울 몇개 병원에 한정돼 분포되어 있다. 연세대병원(신촌 세브란스)이 대표적이며 삼성의료원, 인하대병원, 단국대병원과 지방의 경우 부산대병원 등에 개설돼 있는 정도다.

 

전북대에는 현재 음성과학연구팀이 구성돼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4월중 전국 최초로 음성과학연구소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음성과학연구팀은 실험음성학, 음성언어의학, 음성공학등 크게 3개분야로 나눠져 활동하고 있다. 실험음성학은 프랑스에서 실험음성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인문대 불어불문과 김현기 교수(46)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음성언어의학은 목소리장애분야에 이비인후과 홍기환 교수가, 뇌언어 장애분야에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43)가, 구강언어장애(구개열·언청이) 분야에 구강외과 신효근 교수(50)가 각각 연구를 담담하고 있다. 또한 음성공학은 공대 전자공학과 김종교 교수(56)가 음성합성및 인지를 맡고 있다.

 

목소리 클리닉에는 일반인은 물론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소리꾼들이 수시로 찾고 있다. 명창 조통달씨를 비롯 소년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태평양군, 도립국악원 최승희 조영자씨 등 쟁쟁한 국악인들이 단골손님이다.

 

대한음성언어의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홍교수는 “우리가 내는 목소리는 폐, 기관, 후두, 인두, 코, 턱, 입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는데 특히 성대에 이상이 생기면 목소리에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면서 “판소리를 배우는 어린이의 경우 성대에 굳은 살이 박히는 등 목에 질환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판소리 발성의 특징

 

목소리의 생성은 근탄성 공기 역학설(Myoelastic Aeorodynamic Theory)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학설은 다음과 같이 발성원리를 설명한다. 호흡시 폐안에 저장된 공기는 발성시 횡경막의 작용으로 폐안의 공기가 줄어들면서 공기의 압력이 증거하게 된다. 폐안에 증가된 공기의 압력은 기관을 통해서 성대의 틈 사이로 흘러 나갈때 얇은 막으로 덮여있는 성문을 압박하면 성대의 진동이 시작되고, 이때 성문이 개방되면 공기의 압력은 떨어지면서 성대 고유의 탄력성에 의해 성문이 닫히게 된다. 성대가 폐쇄되면 공기유량의 흐름이 정지되어 성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성문은 다시 개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대의 상하및 좌우를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서 발성을 하게 된다.

 

그러면 판소리 발성의 특징은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소리꾼의 말소리는 각각 음소의 특성에 따라 정상인과 후두형태가 동일하나 대부분 말소리에서 기식성 음(breathy voice)을 보인다. 그것은 발성훈련(후두긴장 발성법) 과정에서 성대의 모양이 변형되어 성대의 긴장이 정상인들 보다 많고 성문 좌우가 비대칭으로 형성되어 발성시 성문폐쇄가 불완전하여 성문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음성에너지가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성악가의 성대는 매끈한 형태로 발성시 좌우 성대가 완전히 접촉하면 공기가 거의 새어 나오지 못하여 청명한 소리가 생성된다. 즉 소리꾼의 성대는 좌우가 매끄럽지 못하고 불규칙한 굴곡으로 이루어져서 발성시 좌우 성대가 완전히 접촉하지 못하여 그 사이로 공기가 흘러 나오면서 탁한 소리를 생성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때의 기식성음은 긴장된 소리를 내기 위해서 복부에서 부터 강한 힘을 주어 공기의 압력을 증가시켜 성문을 강하게 폐쇄하도록 긴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스펙트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하면 숙련된 소리꾼은 발성훈련 과정에서 독특한 후두형태가 형성되어 모든 음역대에서 잡음(noise)이 고루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판소리의 음색은 고주파수대에 잡음이 많이 나타나 있는 점이 성악 비브라토와 차이가 난다.

 

◈ 목소리 변화 원인과 치료

 

목소리의 변화는 첫째 목소리의 남용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를 비롯 갑자기 고함을 치거나 시끄러운 장소에서 장시간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성대에 무리를 주어 성대혹이나 굳은 살(결절), 성대 충혈 등이 생길수 있다. 둘째는 지나친 흡연과 음주,먼지나 유독가스 등에 오래 노출된 경우 성대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성대에 하얀 물질이 끼는 백반증을 유발할수 있다. 셋째는 위장 장애로 인한 위산의 역류, 교통사고로 인한 후두근육및 신경손상으로 성대가 마비될수 있다. 이밖에 내분비선 불균형, 후두암, 청각장애나 구강기관 기형으로 인한 목소리의 변화를 들수 있다.

 

이러한 목소리의 변화로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목소리가 쉬거나, 거칠거나, 허스키한 상태가 지속된다. 질환에 따라 마른 기침, 가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입안이나 목구멍이 마르고 건조한 느낌, 때로는 통증이나 목에 무엇이 붙어서 걸리는 느낌, 호흡장애 등을 호소하게 된다. 이같은 증상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린후 약물치료를 하거나 필요한 경우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질환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와 함께 목소리 관리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기도 한다. 특히 성대 물혹이나 성대결절과 같이 목소리의 사용습관이 잘못되었거나 장기간에 걸친 목소리의 남용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에서 효과를 기대해 볼수 있다.

 

음성치료및 교육은 목소리 생성을 위한 첫단계인 호흡연습 부터 시작한다. 목소리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중 많은 경우 호흡이 길지 못하거나, 호흡이 길더라도 실제 대화시 호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여 목 어깨근육 등이 경직되거나 긴장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편안하게 호흡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교육을 하고 상체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는 일차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실제 발성을 하기 전에 목소리를 워밍업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발성시에 성대의 긴장이 덜하고 편안하게 발성할 수 있는 소리를 연습하도록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상진 cho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