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새천년, 오늘은 우리민족이 지난 1910년 ‘한일합방’이란 경술국치를 당한지 꼭 90년이 되는 날이다. ‘과거역사를 잊어버리는 민족은 망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날이다. 우리는 오늘 국치일을 맞아 최근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는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달성하고, 위대한 한민족시대를 만드는 ‘용트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과업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온 국민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속에 진정한 통일의 형태를 이루었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연결고리로 양대세력의 각축장이 되어 9백여회의 국난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한민족이 자칫 정체성을 잃고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지도 모르나 비록 분단된 상태로나마 지금껏 존속할 수 있게 한 우리 민족의 저력과 우수성에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밝은 면을 부각, 발전시키는 것에 못지않게 어두운 면을 고찰, 반성하여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믿어진다.
조선은 당파싸움으로 병자호란을 당해 청나라의 신하나라가 되어야 했고 그 후 불과 40여년만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었음에도 각성하지 못하고 근대화의 문호를 개방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정한론(征韓論)이 일기 시작한 일본은 1875년 운양호사건을 일으켜 강압적으로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부산, 인천, 원산을 개항시키고 무역을 전개함으로써 한반도 및 대륙침략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후 청일전쟁을 통해 조선에 대한 청의 기득권을 떨쳐버리고 영향력을 강화하였다.
이쯤되어 조선정부가 일본의 조선침략을 저지하기 위해서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이자 일본은 1895년 민비시해의 을미사변을 일으켰고 또 왕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영향력이 커지자 러일전쟁을 일으켜 유리한 입장을 차지했다. 이어 미국의 알선으로 러일 ‘포츠머스조약’을 체결하였다.
러일전쟁시 투입된 전쟁비용 총 19억8천4백만원 중 영국과 미국이 무려 12억원을 제공했으며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고 일본의 한국지배를 찬성하는 ‘태프트(Taft)·카즈라(桂) 비밀협약’을 맺었다. 미국이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저지하려는 견제정책 이라고는 하나 국제관계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일본은 한반도 강점의 야욕을 거침없이 펼치기 시작하였고 강점1단계 한일의정서(1904.2), 2단계 한일협악(1904.8), 3단계 한일협상조약(을사보호조약 1905.11), 4단계 한일신협약(정미7조약, 1907.7)을 거쳐 마침내 치욕의 한일한방이 공포되었던 것이다. 합방이후 우리민족의 독립운동이 얼마나 끈질기고 처절하게 진행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희생자와 인권유린, 수탈이 계속되었는지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를 알아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①정치적으로 한층 더 자유로워지고 ②경제적으로 한층 더 고르게 잘살며 ③사회적으로 한층 더 평등해지고 ④문화·사상적으로 한층 더 자유로워짐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시민들은 국경일을 그저 하루 쉬는 날로 치부하고 정부, 사회단체에서 기념식등을 통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치일은 아예 잊어버릴려고 작심한 듯이 보이는게 현실이다. 고려가 원(元)나라에 정복된 날을 비롯 한일합방, 6.25전쟁발발일 뿐 아니라 우리 역사속의 부끄럽고 치욕스런 날들을 더욱 되새기는 국민적 의식전환이 조속히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이 국론분열을 없애고 화합하는 길이며, IMF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것이고, 평화적인 민족통일로 가는 첩경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건식(금만농어촌발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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