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의 도심이나 변두리 지역에 웬지 어색한 상업용 건물들이 심심치 않게 들어서는 것에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건물 자체보다도 주변 환경과 전혀 조화롭지 못하다는 점과 전주시의 일상적 도시 이미지를 흐트러뜨린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한편 그러한 건축물이 가능하게 한 우리의 건축법이 너무 유약하기까지 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독일같은 경우 집의 지붕 형태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있고 창문을 보수할 때도 그 지역의 전체 경관을 거스르지 않나에 대하여 고심하기 때문에 이웃집의 동의를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하물며 건물 전체 형태야 말할 것이 없다.
지난 11월에 서울 코엑스 아셈 회의장과 인디언 홀에서 열흘간이나 열린 새천년건설환경디자인
세계대회가 성황리에 이루어진 것은 21세기의 우리나라 주거환경을 발전시키는 큰 촉진제가 될 것 을 기대하게 하였다. 이 대회에는 각국의 유수한 학자들을 초빙하고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의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대회에 참여토록 유도하므로써 수준높은 학술대회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우리 전주지역에서도 여러 학생들이 참가하여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좋아하였다. 이 대회의 구성은 크게 유니버설 디자인, 그린디자인, 문화디자인의 세 주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보편적 디자인을 의미한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건 없건, 젊은이건 노약자건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하고 유용한 공간 환경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린디자인은 생태적 환경디자인으로 사람들이 지어내는 인공환경과 자연환경과의 가장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유지될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지향하는 것이다. 문화디자인은 그 민족과 지역의 전통적 정서에 부합되면서 고유한 특성을 지니는 환경디자인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주거환경은 이제 나 개인에 한정하지 않고 공동체 환경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후기 산업사회의 주요 특징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세가지 측면의 조화로운 공간디자인이야말로 중요한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조화로운 집이나 건물은 한마디로 세련된 풍모를 주면서도 주변과 어울려 눈에 두드러지지 않고 편안하고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다.
집을 자신의 몸과 비교하면 재미있다. 우리는 모델하우스에 가서 그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에 기분좋은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여 그러한 모습으로 생활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같다. 몸에 잘 맞고 편안한 옷을 입을 때는 마음도 편안하지만 매우 격식적이거나 화려한 옷을 입을 때는 불편하다. 과식을 하면 살이 찌거나 위가 약한 사람은 체하기를 자주 하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진다. 탐식과 별식, 그리고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도 아주 유사하다는 것을 가끔은 경험하게 된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의 크기에 비하여 너무 가구나 물품이 많다든지 또는 요란한 실내 마감이나 재료를 쓴다든지, 또는 화려한 실내장식용 가구나 장식품이 많은 경우는 공간감이 상실되어 그러한 물건들로 하여금 오히려 거주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이다. 가장 조화로운 집은 거주자에게 가장 합당하고 편안하며 정신적으로 충분히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꾸미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물질환경에 현혹되지 말되 가족의 건강한 주생활을 위해 필요한 곳은 과감하게 개선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집의 리모델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공간 환경을 적은 비용으로 늘 새롭게 개선할 수 있는 지혜와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거주자나 건물 소유주의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것 역시 조화로움에 대한 의식과 태도로써 21세기에 가서는 더욱 중요하게 요구될 거주 의식이다. 실내공간의 조화는 내 가족을 위한 것이고 실외 공간이나 외관의 조화는 이웃과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 생활을 위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무엇보다도 본인들에게 큰 정신적 기쁨을 안겨주고 거주자의 정체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 그리고 이웃 주민들과 조화의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선희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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