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도교육청이 도내 61개 사립고교를 대상으로 지난 98년도부터 올해 2월말까지 3년간 실시한 경영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사학들의 부실운영실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재단전입금이 너무 적어 연금비용부담금 등 법정부담금을 100% 부담하는 학교가 4개교 밖에 안될 정도로 자구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도교육청의 평가다.
이같은 교육청의 평가에 편승, 일부 급진교원단체는 ‘학교경영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재단에게 독점적인 학교경영권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통해 사학재단 이사장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도 교육청의 평가는 사학의 심각한 재정난이 교육당국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롯됐다는 점을 망각하고, 사학의 태생적 한계를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 같다.
또한 일부 급진교원단체의 주장도 사학의 운영형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억지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설립주체가 개인인 사학은 철저히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자인 학생, 학부모가 내는 공납금과 기여금 및 재단 전입금으로 학교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외국의 경우, 사학에 다니는 학생이 국·공립학교 재학생보다 5배-10배나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학재정결함보조금’명목으로 사학에 지원되는 국고보조는 정부가 중등사학에 위탁교육을 실시해 오면서도 물가억제, 중학의무교육, 평준화시책 등의 사유를 내세워 공납금을 통제한 탓으로 중등사학에 엄청난 재정결손을 가져오는데 대해 그 모자라는 부분을 메꾸어 주는 보상금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학교운영, 교원의 처우개선 등으로 인한 수업료 인상요인은 한동안 해마다 15-20%에 달했는 데도 정부가 사학의 등록금을 국·공립과 똑같은 수준으로 획일적으로 억제하다보니 결국 대부분의 사학이 수업료만으로는 학교운영비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인건비마저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같이 정부의 책임으로 인해 중등사학이 엄청난 재정적 결손을 입게 되었고, 이 결손을 메워 주기 위한 지원금이 작년에 만도 2조3천억원이나 되었으며, 이중 거의 전액이 인건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지원이었다.
평준화시책하에서는 국가가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사이에 교육여건상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전체조건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같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며, 재정결손을 내게 한 쪽이 정부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모든 책임도 정부가 질 수 밖에 없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보상금성격의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정부당국이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크게 차별화 하여 국·공립위주로 편중 지원함으로써 사학의 교육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교육의 여건을 재는 마로미터인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비교해 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는데, 98년 현재 사립중학생의 공교육비가 국·공립학생에 비해 약 19만원 정도 적고, 고교생의 경우는 사립이 국·공립보다 120여만원이나 적다.
물론 사학의 교육여건이 이처럼 열악한 데는 재단전입금이 적은 것도 이유가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전답, 임야등 대부분이 저수익성이어서 학교의 유지·경영에 만족할만한 재정적 지원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그렇다보니 사학들이 자구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국가지원만을 요구하는 염치없는 집단으로 보일만도 하다.
그러나 사립중등학교의 설립배경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사학경영자를 탓할 일만은 결코 아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해방과 더불어, 또한 60-70년대의 산업사회화과정에서 급속도로 팽창하는 교육수요를 당시의 정부재정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이때 뜻있는 독지가들이 나서서 희생적으로 막대한 사재를 털어 학교부지를 마련하고, 교사를 지어 수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 대부분 오늘의 사립중등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교육용재산을 마련하는 일만으로도 너무나 벅찬 부담이었기 때문에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라는 부담까지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현행 교육부령으로 정한 수익용기본재산의 확보기준이 1학급당 불과 120만원-200만원(학교급별, 계열별, 지역별에 따라 차등)이라는 점만 보아도 그 기준이 법인의 충분한 수익금 전입을 목적으로 삼았다기보다는 법인 설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게 하는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사학경영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법인 설립 당시 법령이 정하는 설립요건에 맞추어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고, 관할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투명하게 재산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이제와서는 그 전입금이 적다하여 압력을 가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가·사회가 어려울 때 사학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면 그 공적에 대하여 고맙게 여기고 이제는 사학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을 해야지 사학에 가당치 않은 재정적 부담만을 덧쐬우려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 박문희(전라북도 사립중·고 법인협의회장, 신태인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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