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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도지사 경선 들춰보기



강현욱-정세균의원으로 압축된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마치 산상 수련을 끝낸 두 검객이 외나무 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내공’을 다질만큼 다진 두 검객은 모두 무림(武林)에서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터. 어떤 기예와 무기가 선보일지,  ‘진검승부’의 결론은 어떻게 날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선수(先手)는 정세균의원이 먼저 뽑았다.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작심한 그는 국민경선제라는 민주당의 정치실험이 채 기미도 보이지 않을 즈음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강현욱의원을 세차례 찾았다.

첫번째는 6.13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한 의례적인 방문이었지만 두번째는 강현욱의원의 도지사 출마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뜻이 없으니 잘해 보라던 강의원의 출마 설(說)이 계속 나돌자 낌새를 살피기 위해 찾았던 것이다.

강의원은 그때도 다른 사람이나 걱정하라며 게의치 말라고 했다. 그후에도 강의원의 출마설이 그럴듯 하게 나돌자 정의원은 세번째 강의원을 찾았다. 올해 초였다. 그리고는 출마의 뜻을 확인하게 된다.

출마선언의 칼은 강현욱의원이 먼저 뽑아들었다. 네번째 만남. 이제는 강현욱의원이 정세균의원을 찾아갔다. 출마선언 이틀전인 지난 4일이었다.

출마선언을 하기에 앞서 미리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정세균의원에 대한 심적인 부담과 인간적 도리가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는 지난 6일 먼저 출마선언을 했다. 무림에서 상대방의 기를 꺽기 위해 흔히 쓰는 일종의 기선제압인 셈이다.

경선에 이르는 과정을 세세히 중개한 것은 정치인들에게서는 엿볼 수 없는 ‘순진한’ 구석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막 돌아가는 정치판에서도 절차와 신의를 무겁게 여기면서 ‘게임’을 벌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경선 변수들을 뜯어보면 여간 염려스러운 게 아니다. 두 진영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과 무기를 총동원할 태세이고 한가락씩 하는 이른바 ‘캠프 사람들’역시 두 의원의 인품과 도덕성을 그냥 놔두지 않을 기세다. 한때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무림의 고수’들 역시 비선(秘線)을 자처하며 속속 몰려들고 있다.

싸움판이 클수록 지는 쪽은 타격도 큰 것은 불문가지. 고을의 최고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맥과 재력, 책략과 재사(才士)들이 동원될 것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싸움일수록 정공법보다는 비정상적인 ‘검법’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 물량공세에다 치고 빠지기식 흠집내기가 판친다면 진흙탕 싸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경선은 여러 변수와 치열한 분위기,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중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합도 겨루기 전에 이전투구로 흐를 게 뻔하다고 보는 것이다. 축제로 치러져야 할 민주당내 대선 경선도 벌써부터 물고 뜯기,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예비선거. 애드벌룬이 창공에 날고 울긋불긋 선거복장을 한 유권자들은 경쾌한 브라스밴드 음율에 맞처 지지후보의 피킷을 들고 선거운동을 한다. 그들처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당내 경선을 할 수는 없는가.

강현욱의원과 정세균의원 같은 인품과 도덕성이라면 멋진 경선이 될 것도 같은 생각이 들지만 주변여건을 뜯어보면 어쩐지 살벌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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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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