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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천금지석산위침, 월촉운병해작준. 대취거연잉기무, 각혐장수괘곤륜.

 


하늘은 이불, 땅은 깔 자리, 산으로 베개삼고,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로 술 동이 삼아, 크게 취해 일어나 춤을 추나니, 내 긴 소매 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는구나.

 

김제 만경 출신으로서 조선 중기의 명승이었던 진묵대사(震默大師)의 시이다.

 

가슴이 다 후련하다. 아무 곳에도 매인 바 없이 훨훨 날 듯이 사는 절대 자유인의 노래이다. 중국의 시인인 이백은 일찍이 "푸른 하늘을 한 장의 종이로 삼아 내 뱃속의 시를 다 써보고 싶다"고 자못 호언을 하였었는데 진묵대사의 이 시에 드러난 기상과 자유 정신은 이백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한 것 같다.

 

진묵대사의 집은 자연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은 진묵대사에게만 이불과 깔 자리를 제공하였을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하늘과 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불과 깔 자리를 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땅과 하늘과 산과 바다와 구름과 달빛을 제대로 누리지를 못하고 몇 평 아파트를 집이라고 사놓고서 그 아파트에 갇힌 채 알량한 비단 이불이나, 고급 양주 몇 병만을 소중하게 여겨 그것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애석한 일이다. 우리는 하늘, 구름, 달빛, 산, 땅.... 모든 자연이 다 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다 부자인 것이다. 다만 그것들을 누리고 즐기려는 절대자유의 정신이 없기 때문에 달과 구름과 산과 바다를 모두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

 

마음을 열고 절대 자유를 지향해 보자. 우리는 금새 온 세상을 다 가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衾:이불 금  席:깔 자리 석  枕:베개 침  燭:촛불 촉  雲:구름 운  屛:병풍 병  樽:동이 준  醉:취할 취  居:살 거  仍:이에 잉  起:일어날 기 舞:춤출 무  却:오히려 각  嫌:꺼릴 혐 袖:소매 수  掛:걸 괘  ※'崑崙'은 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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