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향후 정치구도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야말로 요동이 칠지 아니면 또다시 구태의연한 지역구도로 남아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정치구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많은 현상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거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삼십대 젊은 유권자들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결집되고 또 대세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보수언론은 상황파악 못하고 계속 헛다리만 짚었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통신인프라가 발전할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어 보수언론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초고속통신망 세계 1위의 국가에서만 나타난 수 있는 당연한 모습이다.
정치권 일대 변혁 예고
대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이미 집권당이었다. 한나라당 및 이회창 후보와 사생결단 하듯이 대립하던 정치인 상당수가 이미 한나라당에 입당하거나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장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치인들이 그 정부가 끝나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다리를 건넜다. 어디 정치인만 그랬나.
내노라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이미 즐비하여 더 이상 달가워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끼어 들어 보려고 줄을 대기 바빴던 학자와 전문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쯤되면 이미 대세는 결정난 것이었다.
그러한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아마도 그들은 대권을 도둑맞은 기분일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오랜 정치관록으로 보아 그런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나라당 거물급 정치인들이 체면 몰수하고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서럽게 울었나 보다.
한편에서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당선무효소송까지 내겠다는 것을 보면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5년 뒤 다시 울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냉정하게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치편식이 없어야 한다. 헌정 54년 동안 이제 겨우 5년 정도 '개혁세력'이 집권했다. 그걸 가지고 그렇게 원통해 하면 우리 국민에게 지나친 정치편식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혁세력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집권해도 또한 문제다.
개혁세력에 의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면 그것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수습하는 일은 역시 보수세력의 몫이다. 보수세력의 역할 개혁세력의 역할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누가 뭐라 해도 보수정당이다. 5년 뒤 대선 승리를 위해 당당하고 깨끗하고 사랑받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개혁적 보수'라는 구호는 너무 어정쩡하다. 소금이면서 동시에 설탕이라는 것이다. 서슬 시퍼런 군사독재에 앞장섰던 구 민정당 출신 정치인들과 그들과 맞서 사투를 벌였던 개혁정치인들 그리고 386세대정치인들이 뒤섞여 있는 '비빔밥 정당'이다.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투옥되고 빨갱이로 몰렸던 정치인들이 그들을 투옥시킨 정치인들과 합세하여 개혁입법을 저지하고 현정부를 '붉은 정부'라고 몰아치는 모습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보수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그 이념과 맞는 정치인들과 함께 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건너 가야할 정치인도 적지 않을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독재정권의 맥 끊어야
군사독재의 잔재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현재의 한나라당은 그간 합당과 당명변경의 과정을 거쳤으나 법적으로 그 뿌리와 주류는 분명 민정당이다.
민정당이 어떤 당인가. 권력의 원천이 국민에 있지 않고 군부에 있었던 군부독재정당이다. 군부정권의 퇴장과 함께 이미 소멸되었어야 할 정당이다. 태생적으로 또한 체질적으로 권위적이 고압적일 수밖에 없다.
긴말 필요 없이 당시의 신문기사만 검색해 보아도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대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변명한다.
자기들만 옳고 애국자인가. 법적으로 그 뿌리가 민정당인 현재의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민주적이고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 받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라.
군부독재정권이 검은 정치자금으로 형성하여 물려준 연수원 등 각종 한나라당 소유 재산이 아까워서 재창당을 못한다면 부끄러운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남천현(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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