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도내 언론의 사회부는 전주시와 법조, 경찰이 주요 취재처다. 그리고 노동과 환경, 각종단체, NGO활동 등도 사회부 소관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을 뺀 나머지 잡다한 것을 모두 취재하는 셈이다.
으레 그렇듯 사회부장을 처음 맡으면 이들 주요 취재처를 방문하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다. 기관장과의 상견례겸 신고(?)를 위해서다. 물론 이들 기관의 돌아가는 형편도 보고 취재기자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필 목적도 포함돼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간만에, 아마 10여년만에 옛날에 놀던 방죽을 방문했다. 80년대 후반 법조와 경찰 전주시 등을 5년여 취재하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법원청사 이전문제 등 분주
맨 먼저 방문한 곳은 전주지방법원. 마침 김목민(59) 법원장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인터뷰 건(件)도 있어 잘되었다 싶었다. 우선 법원과 검찰의 건물은 그대로인데 판사와 검사 숫자가 크게 늘어난 데 놀랐다. 당시보다 꼭 두 배였다.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도내 전체 변호사가 50명에 육박, 포화상태라고 기사를 썼던 것 같은데 곧 1백명을 바라 볼만큼 늘었다.
김 법원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6·25때 피난차 전주에 내려와 2년 동안 풍남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얘기하며 전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만 30년 동안 민사 형사 행정 가사 등을 두루 거쳤고 특히 의료사건과 관련해서는 소비자 편에서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민들이 편안하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형사피고인의 국선변호인선택제와 민사조정제도의 확충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발등에 떨어진 현안인 법원청사 신축이전 문제를 챙기고 정읍·남원지원 등의 초도순시로 분주한 듯했다.
다만 전주고법 또는 광주고법 전주지부의 설치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전주고법이 생길 경우 광주고법을 현재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먼저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지역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다음 방문지는 전주지방검찰청. 이곳에는 당시 가깝게 지냈던 일반직원들이 눈에 띠어 반가웠다. 수문장 황수복씨도 여전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임내현(51) 검사장은 첫눈에 수재형 인상이었다. 사시 16기로, 최연소 합격에 최연소 검사장 등 최연소로 쭉 뽑아온 이력이 말해주듯 집념 또한 남달라 보였다. 잠깐이었지만 유머감각도 갖춘 듯 했다.
영어에 능해 국제검사협회 한국대표로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대목을 말할 때는 눈빛이 번뜩였다. 순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광주로 전학간 얘기도 곁들였다. 또 경찰서 경리계장 구속시 뇌물액 기준을 상향시킨 이유를 지역형편과 관련해 설명했다.
그렇지만 10일께로 예정된 검찰인사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이 역력했다. 신정부 들어 실시한, 사시 23회인 강금실 법무장관과 17회인 정상명 차관내정자 등 파격인사에 대해 여유와 초조함이 동시에 배어 나왔다. 그래서 저녁에 술자리도 꽤 많은 듯 했다.
백경사 사건 불편한 심기
이어 찾아간 곳은 전북지방경찰청. 5월로 예정된 서신지구로의 신축이전을 앞두어서인지 건물이 다소 누추해 보였다. 임실 출신인 하태신(56) 청장은 고향에 내려와 모든 정성을 쏟고 싶은 의욕으로 충만해 있었다.
지역수준에 맞는, 수준 높은 치안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직전 청장이 너무 경직적인 교통단속으로 환영을 받지 못한데 비해, 함정단속을 금지하는 등 가능한 도민 편에 서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다.
다만 전주 금암파출소 백경사 피살사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떼 몰려다니며 수 차례 절도행각을 벌인, 경찰피살의 유력한 용의자를 감싸고도는 것이 진정한 인권보호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 음주운전 단속예고제에 대해서도 심사가 편치 않은 듯 했다. 장점은 뒷전으로 한채 일부 문제점만 파헤치는 게 과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인가고 되물었다. 조금은 지친듯한 표정에서 자신의 선의(善意)와 열정을 고향사람들이 너무 몰라준다는 느낌이 묻어 나왔다.
인사차 둘러본 2003년 3월초의 도내 법원 검찰 경찰의 단면 풍경이다.
/조상진(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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