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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장관인가 장로인가

 

 

콜레라 집단 발생지역인 익산 왕궁을 방문한 김영진 농림부장관의 행동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돼지 콜레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농가를 방문해 어려운 사정을 전해듣고 농가를 위로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방문행사의 모습이 앞뒤도 안맞고 상례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익산에 도착한 김장관은 마을 입구의 이동통제소에서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곧바로 인근 교회를 찾아가 농정발전을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장로인 김장관이 더 이상 콜레라가 확산되지 않고 콜레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며 장로가 아닌 장관의 자격으로 방문이 이뤄졌다. 일과후의 행사도 아니고 근무시간중에 마련된 행사다. 장관을 수행하는 직원들도 있고 장관을 맞아야 하는 지방공무원들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고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장관은 다른 공무원들의 종교적인 입장이나 태도 등에 대한 고려없이 자신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공식행사를 치렀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이다.

 

기도회의 순서도 이치에 맞지 않다. 양돈농가를 위로 격려하러 왔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양돈농가를 먼저 만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장관은 통제소 입구에서 곧바로 교회로 향했다. 그런 다음 농민들을 만났으며 그 시간도 고작 30여분 정도에 그쳤다. 장관의 방문이 기도회를 위한 것인지, 농가의 애로를 듣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며 장관이 종교적인 활동을 하는데 대해 시비를 걸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종교단체의 행사가 아닌 공직활동에서 종교를 앞세우는 듯한 장관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장(長)의 입장에서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주민의 입장과 위상은 과연 제대로 찾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이성원(본보 정치부기자)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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