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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차시중은 여성이 해야 할 일

허명숙 편집부국장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차 한 잔 대접하는 일이 무에 그리 대수라고......”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 사건을 불러온 여교사의 처사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던지는 말이다. 이들은 술 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옆에 앉혀놓고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닌데 '여자'가 커피 한잔 날랐다고 해서 야단법석을 떨 일이 무엇이냐고 덧붙인다.

 

여교사의 차 심부름에서 비롯된 문제가 전교조와의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등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여교사가 그것도 기간제 교사가 교장선생의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교육현장 여교사 위치 반영

 

이는 교육 현장에서의 여교사의 위치를 말해주며, 손님 접대를 위한 차 심부름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 통념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교실에서 수업중인 여교사를 굳이 불러내서 차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전주의 한 중학교 여교사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20년 전 병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접대를 담당하는 그 '한 여교사'로 지목돼 '커피 한 잔'을 나르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모멸감이 그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 여교사는 산천이 변해도 두번은 변했을 세월이 흘렀어도 자신이 그 때 겪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교단의 현상이 안타깝다고 들려준다.

 

더 나아가 최근 정읍의 한 중학교 초임 여교사는 교장선생의 지시로 점심시간에 학생들에 컵라면을 끓여서 판매하고 있다며, 이것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이들의 건강도 생각해야 하는 교사가 할 일이냐며 도교육청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손님 접대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교사라는 전문직업인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대학 4년생 딸을 둔 어떤 여성은 딸이 방학기간 공공기관의 인턴사원으로 일하러 갈 때 딸에게 윗사람이 차 심부름을 시킬 때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라는 교육을 가장 먼저 시켰다 한다.

 

크게 될 사람이 이러한 '사소한 일'로 자신의 경력에 흠집을 내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하겠기에 성희롱이나 인격 모독 같은 일은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되 먼 안목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타일렀단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직급이 낮은 사람이 궂은 일을 맡아 한다. 교단에서도 손님 접대를 초기 경력자들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차 심부름이 마치 여성의 일인 것처럼 고정적인 틀을 갖고 여성에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먼저 직장내 분위기를 그 누구가 됐건 기꺼이 차를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위 이용한 강요 안된다

 

상대방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타 주는 차야말로 향기롭기 않겠는가. 여기에 자신의 손님을 자신이 손수 접대하는 모습은 더 보기 좋아 보인다.

 

교장 자살까지 불렀던 그 학교에 며칠전 한 회사원이 사무실용 커피자판기를 선물했다 한다.

 

왜 각 학교 교장실에서는 한켠에 차 기구를 마련해놓고 손님에게 직접 타 줄 생각을 못하는가. 아니면, 드링크제나 음료수 등을 마련해두고 이를 손님에게 대접할 수는 없는 것인가.

 

 

더 이상 힘을 가진 사람이, 그것도 남자 어른이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인 여성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끼는 일을 시켜서는, 그것도 은연중에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력에 의한 강요'는 또다른 권력이다.

 

/허명숙(본사 특집여성부장)

 

 

 

허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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