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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소모적 논란 생산적 논쟁

이경재 편집국장

 

 

새만금사업에 얽힌 일화 한토막. 새만금사업은 농토확장이라든지 복합산업단지 조성이라든지 등의 거창한 청사진보다는 허한데를 막아 국가의 혼란을 잠재우자는 순수한 동기가 여러 배경 가운데 한자락을 차지했다.

 

70년대 중반 농림수산부 농어촌개발국장이었던 이관범씨(차관보까지 지내고 퇴직. 경남 밀양출신)는 지방에 출장을 가면 여관에 숙박하지 않고 인근 절에 묵을 정도로 자연에 관심이 많고 풍수에 능한 관료였다.

 

이씨는 정치적으로 시끄럽고 국내외적으로 국가가 위기상황에 몰려있는데 이런 원인은 배꼽이 허하기 때문에 빚어진다고 보고 지도상에서 푹 패인, 국토의 배꼽에 해당하는 만경강과 동진강을 막아 허한 곳을 보강해야 한다며 사업추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혼란 막기 위한 새만금, 혼란 계속

 

당시 황인성 농림부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의 개인적 검토결과물이었는지 알길이 없지만 관련부서에서는 실제로 네덜란드 기술진까지 비밀리에 불러들여 새만금을 막는 문제를 검토했다. 결과는 예산과 기술상의 이유로 사업불가 판정이 나왔다. 새만금이라는 이름도 그가 맨처음 작명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농업기반공사의 고위 관계자가 전한 이야기이다.

 

한때 허한 곳을 보강해 정치적으로 시끄럽고 나라가 평탄치 못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구상된  새만금사업이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허한 곳이 아직 막아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혼란을 잠재우기는 커녕 갈등과 반목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31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는 새만금 찬반 주말대회전이 펼쳐진다. 3월28일 부안을 출발한 삼보일배단은 65일간의 고행 끝에 이날 광화문 거리에서 대규모 '생명평화의 날' 행사를 갖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만금사업 중단을 촉구한다. 반면  전북지역 어민들은 역시 이 거리에서 새만금 지속추진을 촉구하는데 이어 전북지역 민간사회단체 회원 등 5천여명이 내달 3일 국회 의사당 앞에서 새만금 지속추진 결의대회를 갖고 반대세력에 맞장구를 칠 예정이다.

 

찬반의 기세는 결의와 행동, 세력과 외침에서 보듯 이미 논쟁의 선을 넘어 사생의 결단을 대비하는 듯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날 행사를 끝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대미를 장식한다면 대환영할 일이로되 논란은 끝간데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새만금신구상이 추진되는 이 시점에서 찬반 주장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새만금신구상이라는 용어가 함의하는 것처럼 '할것인가 말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논의와 고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개발하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일 테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내부개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있다면 차선일 것이다. 

 

이런 원론적인 전제에 근거해 무슨 그림을 그려야 가장 효율적인 그림이 될지 등에 대한 논쟁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바다도시 구상, 해수유통을 포함한 가능성 모색, 현수교 설치 방안, 첨단복합단지, 우리가 모르는 다른 방안 등 갖가지 대안들이 이 논쟁의 그릇에 담겨야 한다.

 

찬반 아닌 대안모색의 문제

 

고도의 이론과 기술적 검토가 뒤따라야 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머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의 견해차이와 시각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박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논쟁을 벌여 답을 도출해 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신구상기획단이 공론화과정에서 해야할 일이다. 찬반의 대립은 소모적 논란이요, '그림그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는 생산적 논쟁이다.

 

그동안 사계의 전문가들은 각기 찬반의 고착된 시각에서 새만금문제에 접근함으로써 불신의 폭만 넓혀왔다. 이제는 찬반의 시각이 교차돼 가장 바람직한 모범답안을 뽑아내야 일에 사생결단 매달려 보자. 소모적 논란이 아닌, 생산적 논쟁은 지금부터 혼란스러울 정도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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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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