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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양심적으로 일하면 손해?

 

 

 

 '집안 망하려면 송사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소송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 소송을 하게 되면 상대방과 원한이 사무칠 정도로 감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송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보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다.

 

 

 처음 광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며 찾아왔다. 사고 경위와 피해 정도를 듣고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 보았더니 보험회사에서 제시한 금액과 몇 백 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합의가 낫겠다고 말했더니

 

 

 변호사 입장에서는 소송을 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에게는 특별한 설명을 할 필요 없이 착수금을 받고 소송을 시작하면 된다. 게다가 교통사고 사건은 경찰에서 사건 조사까지 다 마친 경우이기 때문에 입증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사건 중의 하나이다. 또 보험회사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이 끝나고 난 후 성공 보수를 받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위 사례의 경우에는 보험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이 상당히 고액이라 소송을 하더라도 오히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손해일 것 같아 변호사 비용과 소송비용이 어느 정도 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니 그 정도 금액이면 소송을 하는 것보다는 보험회사에서 제시한 돈을 받고 합의를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양심적인 변호사를 만났다고 고마워하기는커녕 많은 돈을 받을 자신이 없어 소송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나를 비난하는 투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주에서도 위와 유사한 일이 몇 번 있었다. 소송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을 하였지만 결국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하는 것도 보았고, 다른 사무실에 가서 이상한 변호사라며 욕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한의원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더니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많이 있었다고 하였다. 보약을 지어 달라며 찾아온 사람을 진찰해 보았더니 비싼 녹용이 들어 있는 보약보다는 그보다 저렴한 녹각이나 다른 한약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러한 이야기를 하면 크게 실망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단다.

 

 

 그건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있기 때문에 한의원에 찾아올 때는 한의사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걱정을 해 주며 비싼 약을 권하기를 오히려 바라며 찾아오기 때문이라나.

 

 

상황 맞춰 무엇이 최선인지 고려

 

 

 그러면서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올 정도가 되면 상대방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송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선임을 해서 양심적으로 일을 처리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였다.  

 

 

 그 뒤로는 사무실에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담을 하러 우리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무실 몇 군데를 거친 경우가 많아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도 내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의뢰인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판단하려 애를 써보려 한다. 그것이 법률이라는 전문 지식을 가진 변호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황인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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