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성 편집부국장
군산이 들끓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현장으로서,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에 대한 유력한 후보지로서 세간의 주목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과 항만건설사업, 환황해권 생산물류 중심지 개발계획 등으로 지역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외지인 감싸기 운동 벌여야 할 판
이들 사업들은 지도를 바꾸고 분명 대양을 향해 뻗어나는 개항 1백여년의 역동적인 항구의 변모로 비쳐지고 있다.
군산시가 지역발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도시의 틀을 새롭게 짜고 비약하는 대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개발여건에도 불구하고 군산지역에서는 스스로 자존심을 꺾는 말이 외지인은 물론 아이러니컬하게 시민들 사이에서마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인정이 많으면서도 폐쇄적인 고장'이라며 지리적인 설명을 곁들이면서 회자되고 있다. 초임자들에게는 자생 집단이나 조직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그들 간에는 배타적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참고하라는 애정어린 자문도 빠뜨리지 않는다. 처신에 신중하라는 주문 일게다. 지역정서는 나름대로 문화와 의미가 녹아 있기 때문에 쉽게 왈가왈부할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인들과 일부 지역출신 인사의 얘기는 공교롭게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곰곰이 생각해 봄직하다.
"군산에서 유치원만 나와도 내 사람이고 우리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40∼50년을 살아도 마냥'외지인''그들'로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수 십년을 살아도 주민과 '한 살'이 되기 쉽지 않다는 안타까운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군산에 투자를 하고 이곳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을지 냉철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항구는 토사가 쌓여 선박들이 뱃머리를 돌리고 있는가하면 두 차례에 걸친 유흥업소 대형화재 참사는 지역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일반기업들은 상당수가 본사 아닌 현지 공장이나 분공장으로 현금 유통에는 시민들의 기대만큼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식도와 비응도 일대를 매립하는 4백81만6천평의 군장국가산업단지(군산지구)는 어떤가. 분양률이 53%에 머물고 분양 용지 또한 6년이 지나도록 공장 건설이 감감 무소식이다. 군산자유무역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켜보는 마음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야 할 허허벌판이 언제까지 모래바람으로 멍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제 군산시가 과거의 찬란했던 명성을 되찾고 하루빨리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껍질을 깨는'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해외에서 투자대상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지역에서 기업들이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범시민적인 외지인 감싸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문 걸어 잠그고 기업유치?
빗장을 열지 않고 어떻게 기업을 들어오도록 하고, 그들을 시민으로 모아낼 수 있을까? 그 동안 외지인이라고 조건 없이 따돌리면서도 한편에서는 인구를 늘리고 학생들을 불러오고, 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볼 시점에 와 있다.
군산은 지금 외국어고 설립 등을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면서 기업 유치에 총력을 쏟아내는 등 살림 챙기기에 다같이 지혜와 힘을 모으고 있다. 개발 잠재력에 비추어 전북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야 하고 단순히 중소도시로 머물러서도 안될 일이다.
뭍으로 시작하고, 바다와 하늘로 출발하는 '항도 군산'. 이곳이 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동성(본사 군산본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