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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도민 불신 정부가 풀어야

 

 

중국 소설에 '허삼관 매혈기'라는 게 있다. 피를 팔아 살아가는 허삼관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그린 것인데, 허삼관은 피를 파는 날에는 아침을 먹지 않고 몸 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 배가 아플 때까지, 이 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시고 피를 뽑기 전에는 절대로 오줌을 누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의 헌혈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게 의학적 상식이라고는 하지만 '오죽하면…'하는 비애를 느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북도의 모습이 어딘지 허삼관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싫다고 하는 방폐장을 '오죽하면 유치했을까' 하는 점에서 그렇다.
한때 2백70만명에 달했던 전북 인구는 이제 2백만명이 무너졌고 전국 6번째였던 도시가 15번째에도 끼지 못하게 됐다. 10여년전에 새만금사업이 시작됐을 때 많은 도민들이 새만금을 '미래의 희망'으로 여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들어 새만금 흔들기가 계속되면서 도민들은 불안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당신들'은 왜 새만금이 전북의 종교가 돼야 하느냐며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외치고 자연을 파괴한다며 도민의 탐욕을 나무라기도 한다. 새만금사업 때문에 전북도는 앞으로 10년 이상 국가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협박도 나오고, 도지사와 일부 언론에 도민이 속고 있다며 도민들을 저능아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당장의 자기 호주머니가 아닌 20∼30년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탐욕적일 수 있을까. 새만금을 이유로 전북에 예산을 줄 수 없다면 대구지하철이나 경부고속철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에도 국가예산을 주지 않은 적이 있는가.

갯벌을 살려야 하느냐, 국가의 미래발전을 준비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도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2년여 동안의 전문가 토론을 거쳐 결정된 '지속추진'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점이다. '내가 이길 때까지' 승복할 수 없다면 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속추진 약속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20년이 걸리는 방폐장 지원사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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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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